[데스크 칼럼] 평범함으로 만들어낸 위대함
[데스크 칼럼] 평범함으로 만들어낸 위대함
  • 신아일보
  • 승인 2017.07.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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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산업부 팀장
 

짐 콜린스는 자신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위대함의 가장 큰 적은 평범함(좋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경제 시대를 대표하는 경영서적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이 책은 지속적인 성장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했을 법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짐 콜린스의 저서는 위대한 기업이 수많은 수식어구와 형용사로 금칠한 언론플레이나 혁신활동에 의한 것이 아님을 웅변한다. 역설적이지만 다양한 경영혁신 기법을 동원하고 깜짝 놀랄만한 전략을 세웠더라도 원론에 해당하는 기본적 항목을 실행치 않으면 결국 지속가능한 성과창출에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책이 저녁 식사 모임에서 제기된 비판에 의해 탄생됐다는 점이다. 짐 콜린스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을 발표한지 2년 만에 “더 이상 쓸모없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성과창출의 기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위대한 회사가 될 수 있는가’, 또 ‘그 위대함을 지속하는 방법이 무엇인가’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5년 뒤, 짐 콜린스는 보다 철저한 자료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위대한(great)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위대한 기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위대한 기업의 문화와 리더십은 일반적인 기업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성장을 위한 각종 혁신기법과 전략이 난무하는 21세기에 ‘정도경영’이나 ‘윤리경영’은 그저 원론일 뿐일까? 경영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평범한 원론’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으로는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없을까?

오는 27일과 28일 예정된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찬 감담회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오뚜기가 초청받아 관심을 끌고 있다. 초대받은 국내 굴지의 14개 그룹사와 비교하면 어울리지 않는 규모다. 그래서인지 2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오뚜기 주식이 한때 88만4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일 종가와 비교하면 무려 13만9000원이 뛰어오른 가격이었다.

실제 오뚜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갓뚜기’로 불릴 정도로 ‘착한 기업’ 이미지를 쌓아왔다.

특히 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 중 한 곳이다. 회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직원 3099명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는 36명이다. 비정규직 비중이 1.16%인 셈이다. 2015년 말 기준으론 기간제 근로자가 한 명도 없었다.

총수일가의 준법정신은 일반인의 상식선과 일치한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1500억원대의 상속세금을 5년에 걸쳐 분납했다. 과거 국내 재벌기업들의 편법 상속 논란과 명징한 대비를 이룬다.

함태호 창업주 역시 남몰래 어린이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도운 경영자로 유명하고 함영준 회장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회공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언론이 취재에 나서면 ‘생색내기로 비춰질까봐 조심스럽다’면서 늘 몸을 낮춘다.

기본은 간과되기 쉽다. 평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의 원칙 중 하나인 ‘정도’와 ‘윤리’ 역시 이제는 ‘평범한’ 표현이다.

하지만 그 평범함을 지속적으로, 흔들림 없이 실천하고 있는가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느냐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평범함의 지속성이야 말로 기업을 지탱하는 힘이다.

소비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을 신뢰하게 만들어 제품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기업 매출과 수익으로 연계된다.

기업 이해관계자들과의 진솔한 소통과 높은 윤리의식 대신 오로지 성과에 매달려서는 돈 잘버는 기업이나 성공한 기업이 될 수는 있어도 ‘위대한 기업’은 될 수 없다.

/신승훈 산업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