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개편' 강조한 與, 말 아낀 政… '핀셋 증세' 온도차?
'조세개편' 강조한 與, 말 아낀 政… '핀셋 증세' 온도차?
  • 우승준 기자
  • 승인 2017.07.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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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야권 반발' 의식했나… '신중론' 구사
여의도 안팎선 9월 국회 '無성과' 우려 감지

▲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 2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앞서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대화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당정이 초대기업·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핀셋 증세'를 놓고 온도차를 드러낸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증세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정부는 말을 아끼는 등 신중론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를 통해 "법인세 정상화와 초고소득자 증세 등 조세 개편 준비에 서둘러야 한다"며 "실효적인 조세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우 원내대표 발언에 힘을 실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85% 이상이 '핀셋증세'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 뜻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여야는 하루빨리 민의를 받들어 논의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민주당과 궤를 달리 했다. 증세 관련 발언을 최대한 자제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재정지출에 대한 규모라든지에 있어서 당과 협의를 할 것"이라며 "5년 경제 정책 방향과 이를 추진하기 위한 재정정책, 예산, 조세 개편 방향, 일자리 창출, 소득 재분배, 공공부분에 대한 앞으로의 여러 방향과 개혁, 새 정책 금융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선지 정치권에선 다양한 후문이 나온다. 그중 당정이 핀셋 증세를 결정한다고 해도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부 측이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이날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여당이 논의를 하고 결정을 한다고 해서 바로 시행할 수는 없다"며 "결국 고소득자 증세는 국회에서 소득세법을 고쳐야 하는 일이다. 그 과정이 매우 장기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야권의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존재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다면 야권의 반발은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정부 측이 증세 관련 발언을 아끼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 야권은 핀셋 증세와 관련 강경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공할 세금폭탄 정책이 초고소득자, 대형기업에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 어디까지 연장될지는 예언할 수 없다"고 증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도 같은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기간 내내 '증세는 최후수단'이라고 했다"며 "취임하자마자 증세 카드를 꺼내드는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핀셋 증세에 대해 거리감을 보였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회의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으면 국민은 세금도 더 내야 하나"라면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함을 밝혔다.

한편 여의도 안팎에선 벌써부터 9월 국회의 '빈손 성과'를 우려하는 시선이 팽배하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핀셋 증세를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이 9월 국회에 올라온다면 경색국면을 피할 길이 없을 듯 싶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우승준 기자 dn111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