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 증세 누굴 위한 것인가
[사설] 새 정부 증세 누굴 위한 것인가
  • 신아일보
  • 승인 2017.07.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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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부 예산 178조원이 소요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증세 없는 복지 확대’ 방침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해졌다.

더불민주당과 정부·청와대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논란에 대해 “증세를 하더라도 초(超)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다.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들에는 증세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구상대로 증세 없이 세입확충이나 세출절감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이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증세가 논의된다. 정부와 여당이 거론하고 있는 증세는 ‘보편적 증세’가 아닌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겨냥한 ‘부자증세’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2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120여 곳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5억원 초과 소득자는 1만8000여명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증세로는 복지수요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를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을 5억 원 초과에서 3억 원 초과로 내리고, 2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에 적용하는 종합과세 기준을 낮춰야 할 것이다. 또 연 2000만 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고, 비과세·감면제도를 대폭 축소해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법인세 인상 논란은 박근혜 정부 내내 계속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이슈다. 여권이 증세 표적으로 보는 대기업 대부분 한국의 대표 회사다. 세율 인상으로 3조 원을 더 걷을 수 있다지만 조세 부담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세금도 줄어든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이 해외로 이전해 결국 일자리도 감소한다. 이래서 증세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3%포인트 올리면 경제 활력 감소로 세수가 되레 2조원 이상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세 론은 세계적 감세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주요 선진국은 투자 유치를 위해 앞 다퉈 법인세를 낮추고 있다. 우리가 현재 22%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국은 법인세율을 2020년까지 17%로 낮추기로 했으며, 일본도 23%로 낮춘 세율을 더 내리기로 했다. 부자 증세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법인세 인하 경쟁이 불붙을 리 없을 것이다. 증세 문제는 매우 합리적이고 신중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할 사안으로 실세 정치인이 몇 명의 주장으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 인상과 같이 그 충격파를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따져보아야 할 문제를 현 세대의 표심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서는 안 된다.

정치논리를 앞세워 무턱대고 세금 걷기에 나서면 뒤탈이 날 수 있다. 성장률 저하, 일자리 감소 사태를 불러오게 된다. 증세 론을 펴기에 앞서 현실성 없는 대선공약은 없는지 점검과 함께 소득세 면세자 비중이 48%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구조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더 나은 복지를 약속했다면 그에 걸맞은 증세와 관련해서도 시민을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증세에 우회나 편법은 없다. 정부가 구체적 방안을 정리한 뒤 정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런 정공법만이 진정한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가는 첫 걸음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