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 뽑힐래?"… 선임병 괴롭힘에 22사단 일병 투신
"강냉이 뽑힐래?"… 선임병 괴롭힘에 22사단 일병 투신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7.20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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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병사' 지정했는데도 인솔자없이 병원보내
'총기난사 사건' 부대… "아무런 반성도 안했다"
▲ 20일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육군 22사단 구타, 가혹행위 자살사건 긴급 기자회견에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가해자 즉각 구속, 처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임병으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육군22사단 소속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9일 오후 4시께 육군 제22사단 소속 K일병(21)이 경기 성남 분당의 국군수도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건물 7층에서 투신해 숨졌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진료를 받으러 나갈 당시 K일병은 인솔자는 없이 부대 동료와 함께 동료 아버지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센터에 따르면 K일병은 올해 4월 강원 고성의 제22사단으로 전입한 이래 병장 1명과 상병 2명 등 선임병 3명의 폭언, 욕설, 폭행에 시달렸다.

그는 훈련 중 부상으로 앞니가 빠진 상태였는데 이를 두고 선임병들이 "강냉이 하나 더 뽑히고 싶으냐" 등 폭언을 일삼았다.

또 불침번 근무 중에는 목을 만지며 얼굴을 밀착하고는 "왜 대답을 안 하냐"며 희롱하기도 했다.

이외에 멱살을 잡히거나 욕설을 듣는 일도 빈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K일병은 이런 내용을 자신의 휴대용 수첩에 기록했고, 유족들은 유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K일병은 지난 14일 부대 내 고충 상담에서 선임병으로부터 구타와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을 이미 보고한 상태였다"며 "이후 '배려병사'로 지정돼 GOP 투입 근무에서 배제됐으나 가해 병사들과 분리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려병사로 지정해두고도 인솔 간부 하나 없이 내보내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해당 부대는 지난 2014년 GOP에서 수류탄을 던진 뒤 총기를 난사해 동료 병사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던 부대다.

이에 임 소장은 "지난 사건들로부터 아무런 반성도 교훈도 얻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