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장품시장을 가다-①싱가포르] 중국 대체할 아세안의 전초기지를 공략하라
[글로벌 화장품시장을 가다-①싱가포르] 중국 대체할 아세안의 전초기지를 공략하라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07.2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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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매출 1년 만에 2배 성장…한류 붐 타고 ‘순항’글로벌 브랜드 강세…국내 기업 점유율 높이기 ‘안간힘’
▲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 매장 (사진=김동준 기자)

중국발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 싱가포르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싱가포르의 지난해 K-뷰티 수입액은 1억4708만 싱가포르 달러(1211억원)로 전년도 수입액인 7724만(636억원) 달러 대비 90% 상승했다는 게 코트라(KOTRA)의 조사 결과다.

2015년 50여개에 불과했던 K-뷰티 매장도 2017년 상반기 기준 약 2.5배 늘어난 124개 매장으로 확대됐다.

이중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총 30개 매장을 확보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23개)이 뒤를 이었고, 이어 에뛰드하우스(19개), 이니스프리·미샤(9개), 설화수·스킨푸드(8개) 순이었다.

이같은 K-뷰티의 인기는 한류 스타의 활약으로 남성들의 그루밍(grooming) 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더마코스메틱(피부과학+화장품)에 대한 수요 상승으로 합성 화학 성분을 피하고 천연 원료를 사용한 K-뷰티 제품의 인기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화장품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이지만 싱가포르 시장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들이 점령한 상태다. 우리 기업들의 전략을 펼치는 데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기대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화장품 시장은 2011년부터 연평균 3%대의 꾸준한 성장율을 보였다. 2016년 기준 싱가포르 화장품시장의 총 매출액은 15억7420만 달러(1조2644억원)로 집계됐다.

상위 10대 기업별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로레알(14.5%)과 P&G(9.4%), 에스티로더(6.1%)가 각각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10대 기업 중 K-뷰티 기업은 7위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3.2%)이 유일하다. LG생활건강(1.3%)은 16위다.

이에 국내 화장품 업계의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싱가포르 시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싱가포르를 아세안(ASEAN) 시장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현재 개별국가 단위로 전략을 짜고 있는데 아세안 시장은 지역 지역·국가별 편차가 크다는 점에서 싱가포르법인이 아세안 헤드쿼터(RHQ·Regional Headquarter) 역할을 겸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세안 시장은 넥스트차이나로 보고 있는 전략적 시장”이라면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인구구조도 젊은층 위주이기 때문에 향후 전망이 밝다”고 분석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LG생활건강도 긍정적 전망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동남아 국가 중 구매력이 높은 나라”라면서 “아시아 시장에 속한 모든 국가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어 싱가포르 시장을 포함한 해외시장 공략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중국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로드샵 브랜드들도 싱가포르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면세점과 직영매장으로 현지 유통채널을 확보한 잇츠한불은 2017년 하반기까지 추가 직영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2017년 1분기 국가별 매출 비중에서 싱가포르는 여섯번째로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싱가포르를 하나의 거점으로 삼아 아시아 화장품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자 한다”며 “싱가포르에서의 성공은 중국은 물론 범중화권 시장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의 성공을 어느정도 담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킨푸드는 2곳의 직영매장과 드럭스토어인 가디언(Guardian) 21개 매장에 입점해 자사가 쌓아온 브랜드 밸류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푸드코스메틱’이라는 강점을 살려 싱가포르 내 기존 고객층을 더욱 견고히 하겠다”며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규 고객 확충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싱가포르에 첫발을 내딛은 리더스코스메틱은 현재 왓슨스 등 H&B(Health&Beauty)매장을 중심으로 유통채널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리더스코스메틱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동남아 지역의 유행을 이끄는 트렌디한 시장”이라면서 “동남아 진출의 관문인 만큼 시장을 개척하려는 타 기업들의 진출도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