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동안 하늘만 봤다"… 청주시 '늑장대응'에 시민들 분통
"물난리 동안 하늘만 봤다"… 청주시 '늑장대응'에 시민들 분통
  • 신용섭 기자
  • 승인 2017.07.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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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집단행동 움직임… "시에 보상 요구할 것"
▲ 17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야산이 전날 내린 폭우로 무너져 있다.

"유례없는 폭우는 천재지변이라고 해도 이번 수해는 당국의 늑장대응이 부른 인재라고 봅니다"

하늘이 뚫린 것 같은 장대비로 한때 수중도시로 변했던 충북 청주 복대동의 한 주민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 주민 뿐만이 아니다. 청주 시민들은 이번 수해 원인의 반은 청주시의 늑장대응이라고 입을 모은다. 행정당국이 폭우 속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20일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새벽부터 청주에는 290.2㎜의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오전 7시 10분부터 1시간 동안 91.8㎜의 말 그대로 '물 폭탄'이 떨어졌다.

이날 청주는 하천이 범람해 주변지역 피해가 집중되는 등 도심 대부분이 물난리를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도시기능이 마비됐다.

또 주민들이 토사에 매물 돼 숨지거나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다.

▲ 18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수해 피해 지역에서 경찰들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청주시가 시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것은 이미 109.1㎜의 강수량이 기록됐던 오전 8시 정각이었다. 이마저도 북이면·오창읍에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됐으니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날 청주에서 가장 심한 물난리가 났던 곳은 복대동·비하동 일대다. 이 지역은 주택가에 차량이 둥둥 떠다니고 주택·상가마다 물이 들어차는 난리를 겪었다.

그러나 청주시에서 이런 위급 상황을 전하는 안내문자는 이날 오전 내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재난방송 역시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나갔다. 난리 통을 몸소 겪고 있던 시민들에게는 하나마나 한 방송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청주시 직원들에게 비상소집령이 내려진 것은 이날 오전 10시 10분, 무심천의 청남교 지점 수위가 4.4m에 육박, 범람 위기에 놓이고 나서다.

직원 비상소집을 하고 난 뒤에도 청주시는 비 피해 상황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허둥거리는 모습이었다.

결국 다리가 털썩 내려앉아 주민들의 통행 길이 끊기고 석남천 등 하천 제방이 유실된 데다 단수·정전이 되는 등 도심이 아수라장이 될 때까지 청주시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긴급재난에 기민하게 대처해야할 청주시가 늑장을 부리는 동안 시민들은 하늘만 쳐다봐야 했다. 시민들이 이번 수해가 '인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현재 시민들은 단체행동까지 나서 청주시에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주민은 "시청과 관할 구청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누구 하나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며 "폭우는 미리 알아도 손 쓸 도리가 없다지만, 당국이 아무런 조치 없이 하늘만 쳐다보게 한 청주시에게 반드시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아일보] 신용섭 기자 ysshin@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