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전자발찌, 주홍글씨 그 이상을 위해
[독자투고] 전자발찌, 주홍글씨 그 이상을 위해
  • 신아일보
  • 승인 2017.07.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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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호 법무부 경주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 소장
 

우리사회는 음주운전 등 교통사범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고 성폭력범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중한 경향이 있다.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성폭력범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면 그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사회로부터 영원한 격리를 주장하는 등 부정적이고, 상당수는 전자발찌 무용론을 주장한다.

보호관찰소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도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보호관찰대상자가 언제 재범할지 모르기에 불안하고,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재범가능성 예측만으로 교도소에 보낼 수는 없다. 이미 정해진 법률에 따라 형량이 선고되었고, 일정기간의 복역을 거쳐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도 내는 보통의 국민과 같다.

다만 성범죄 전력이라는 꼬리표가 전자발찌로 이어진 것이다.

만약 전자발찌 제도가 생기지 않았다면 성폭력범죄자의 재범가능성은 훨씬 높을 것이고, 그들을 평생 교도소에 보낸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 되어 우리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부분은 더 한층 증대될 것이다.

애초 전자발찌를 처음 만들 때부터 재범을 100% 막을 수 있는 만능의 산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만약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만능이라면 성폭력범죄자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워 재범을 예방한다면 그 사회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수많은 검찰, 법무부 공무원을 줄일 수 있고, 그 막대한 비용은 국민복지 등에 충당이 가능하기에 국민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옛날에도 성범죄는 존재했고, 현재도 성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고 그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가 전자발찌이다.

전자발찌를 담당하고 있는 보호관찰소 직원들은 24시간 이들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지속적인 상담과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비록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노력 덕에 재범이 줄고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러한 전자발찌제도는 도입 초기(2008년)에는 전국적으로 대상자가 151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9년이 지난 2016년에는 2696명으로 17.9배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준법지원센터의 관리업무, 비상출동 등 업무량이 38.7배로 폭증했다.

그러나 전담직원은 48명에서 141명으로 2.9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력증원이 시급한 이유다. 일부 국민들의 시각에서는 그간 공무원 숫자도 많이 늘어났는데 아직도 인력타령인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과 국회 및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보호관찰소가 전자발찌대상자를 비롯하여 매년 27만여 건의 범죄자를 관리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보호관찰업무에 대한 집행 부실을 우려하여 인력증원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인력부족은 재범률 상승으로 이어져 사회보호 역할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보호관찰소의 범죄 통제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보호관찰 분야의 인력 공백 상태를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기를 새 정부에 기대해 본다.

/유정호 법무부 경주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