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캐비닛 문건' 공개…"공개 문제없어" vs "대통령 기록물"
'靑 캐비닛 문건' 공개…"공개 문제없어" vs "대통령 기록물"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7.07.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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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인수기 대통령기록물 두고 여야 논란 재현
與 "대통령기록물 아냐"… 한국당 "대통령 기록물, 임의판단으로 비밀 누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특검 최선 다해 최순실 국정농단 진실 규명 해야”
▲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지난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다. 박 대변인이 들고 있는 문건은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이라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된 300여 종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여야가 17일 그 문건이 대통령 기록물인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앞서 14일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 등에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당시 민정수석실 문건을 공개하고 그 사본을 특검에 넘겼다.

문건에는 △청와대가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 △세월호 유가족 감시, △국정 역사교과서 데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에 개입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건 발견 당시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돼 있지 않았던 만큼 공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근혜 정권에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생산한 문건은 '대통령 기록물'이며 현 정부의 청와대가 임의로 공개한 것은 '비밀 누설'이라고 맞섰다.

정권 교체기 종종 불거지던 대통령기록물을 둘러싼 갈등이 또 다시 재현된 것이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정치논쟁에 휘둘려 진실규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며 "기록물의 취지가 훼손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최고위원은 "지난 9년동안 '대통령 기록물법'은 후퇴했고 국민들을 우롱하는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며 "이 법의 목적은 대통령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함으로서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민주주의를 진일보시키기 위한 것이지 정권에서 자행한 불법을 은폐하기 위함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최고위원은 "국민들은 실체적 진실을 바라고 있다"며 "이번 캐비닛 문건 말고도 각종 의혹들 규명에 필요하다면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해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 야당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기록물은 '일반·비밀·지정'으로 갈리는데, 그 중 일반 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라며 문건을 공개한 청와대를 엄호했다.

그는 "국가안보에 관련된 사항이나 경제 상황에 위해를 가할 경우, 사생활 침해가 우려될 경우에만 기록 공개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청와대가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과 메모 등 300여종의 문건은 국가안보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없기 때문에 일반 기록물로서 청와대가 공개한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 판단을 지금 청와대에 있는 공직자가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청와대 근무 공직자가 독단으로 해석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찬우 의원 역시 원내상황점검회의에서 "이 메모가 대통령기록법의 정신에 맞춰서, 규정에 맞춰서 적법하게 처리가 된 것이냐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저는 국가기록원장을 했고, 대통령기록법을 기초로 한 사람"이라며 "대통령기록법의 취지는 정치적인 이유로 대통령 기록을 이용해 악용하는 사례를 막고 대통령 기록이 멸실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칙적으로 이야기하면 전임 정부의 기록은 다음 정부 청와대에 남아있으면 안 된다"며 "만약에 발견이 되었다면 즉시 청와대 관계자가 그 문서를 열람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기록관으로 즉시 이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 공개는 정말 제한적인 범위에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가 동의할 때만 할 수 있다"며 "또 원본이든 사본이든 기록물을 열람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누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바른정당의 이혜훈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캐비닛 문건 공개 및 특검 수사와 관련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은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유착과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면서 "이 두 가지 핵심 축이 거론되는 문건과 메모가 청와대에서 나온 만큼 특검은 최선을 다해 진실 규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국민의당은 이번 문건 공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아일보] 박규리 기자 bgr8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