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좋긴 한데"…멀기만한 '공조직 유연근무'
"일·가정 양립, 좋긴 한데"…멀기만한 '공조직 유연근무'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7.1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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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시범운영 후 개인 자율에 맡기기로 결론
민원응대 많은 공무원, 유동적 출퇴근 '비현실적'

▲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부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사진=천동환 기자)
인사혁신처가 공조직 생산성 향상과 일·가정의 양립 차원에서 정부기관 유연근무제 확대를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민원응대가 많은 공무원들의 업무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출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직원 또는 부서 자율적에 맡기기로 했다.

이는 지난 5월 한 달간 자체적으로 실시한 유연근무제 시범운영 평가 결과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유연근무제를 강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민원을 응대해야하는 상황이 많은 업무 특성상 출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가져가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직원들은 통상적 업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시범운영기간 한달 간 국토부 전체 직원 중 유연근무를 활용한 비율은 약 34%로 나타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무 특성상 민원업무들이 너무 많고, 근무 시간 변경시 담당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민원인들이 불만이 많았다"며 "개인의 업무에 맞게 조절해서 자율적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사례를 보면, 정부기관에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민원응대의 어려움은 물론, 유연근무제를 통해 조정한 퇴근시간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다.

예를 들어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것으로 유연근무를 신청했다 하더라도 막상 근무를 하다보면 추가근무를 통해 저녁 6시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담당자별로 맡은 업무가 세분화 돼 있어 본인의 업무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나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대부분 정부부처가 집단유연근무제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유연근무제 확대 노력의 취지는 좋지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발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편, 유연근무제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출범한 인사혁신처가 정부기관 생산성 향상과 '저녁이 있는 삶 만들기' 등의 근로문화 혁신과제로 추진 중이다.

제1대 인사혁신처장이었던 이근면 전(前) 처장은 취임 당시 "경쟁력 있는 공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혁신방안을 강구해 공직 전체로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초과근무 관행을 없애며, 유연근무를 활성화시켜 공직에서도 '일과 가정이 양립'될 수 있는 행복한 삶의 근무여건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