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재난문자 14통"… 가뭄 끝 물 벼락에 우는 농민
"하루에 재난문자 14통"… 가뭄 끝 물 벼락에 우는 농민
  • 신용섭 기자
  • 승인 2017.07.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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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 하루에 290㎜ 폭우로 농경지 3914㏊ 피해
▲ 청주에 22년 만에 최악의 폭우가 내린 16일 흥덕구 강내면과 미호천 일대가 물에 잠겨 있다.(사진=연합뉴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 마냥 폭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최고 90㎜가 넘는 폭우에 시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수마가 휩쓸고 간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올봄부터 지난달 말까지 이어진 지독한 가뭄에 마음을 졸였던 충북지역 농민들은 가뭄 끝에 찾아온 '물 폭탄'에 망연자실해야 했다.

17일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청주와 증평에는 하루 290㎜와 225㎜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번 비는 16일 오후 5시 기준 농경지 4215ha를 침수, 매몰 또는 유실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시간당 최고 9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던 청주는 농경지 3914㏊가 피해를 입었다. 이 외에 증평 180㏊, 진천 70㏊, 괴산 39㏊, 충주 12㏊ 순으로 피해가 심했다.

당초 올봄부터 지난달 말까지 이어진 지독한 가뭄 속에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이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해 싸웠던 농민들의 지극 정성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청주의 한 농민은 "이날 하루 받은 재난 문자메시지가 14통이나 된다"면서 "가뭄 끝에 찾아온 장마로 사실상 수확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갑자기 쏟아진 '물 폭탄'은 농경지가 순식간에 황무지로 변모시켰다. 농작물은 온통 진흙을 뒤집어써 온전한 것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농민들이 가뭄을 이겨내고 힘겹게 모내기했던 농경지는 거대한 호수로 변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시설 작물의 경우 워낙 피해가 커 현재 키우고 있는 작물을 모두 뽑아내고 다른 작물을 파종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신아일보] 신용섭 기자 ys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