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7-11-18 11:24 (토)
정권 눈치보기의 '단면'…김재천式 HF 성과연봉제
정권 눈치보기의 '단면'…김재천式 HF 성과연봉제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7.17 0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압과 회유의 과정, 진상조사 보고서에 고스란히
노조, 문 정부 출범 후 사측에 '원점 재검토' 요구

▲ 김재천 사장.(사진=신아일보DB)
최근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관련 규정의 재검토 절차에 착수한 주택금융공사가 지난해 제도 도입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강압과 회유를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 진행한 진상조사의 결과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17일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HF)에 따르면, HF노사는 지난달 28일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수준과 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합의했다.

노사합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확대 시행키로 했다던 HF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논란이 됐던 HF의 강압적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본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서 단독 입수한 '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 관련 불법·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에는 지난해 3~5월 벌어진 HF 경영진의 강압적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시도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HF 사측은 작년 4월 '성과중심 문화확산 노사합의 촉구서'를 연판장 형식(여러 사람의 의견이나 주장을 표명하기 위해 연명으로 작성한 문서)으로 게시했다. 이 때 전직원의 서명을 요구했으나, 서명자의 대부분은 비조합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달 일부 경영진은 성과연봉제 확대에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팀장을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물었고, 이 과정에서 부점장들이 '찬성'을 강요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이후에도 이 같은 찬성강요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반대한 직원들을 부점장이 따로 불러 약점을 들먹이며 회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지난해 6월 1일 부산 BIFC빌딩에서 HF에 대한 성과연봉제 관련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모습.(사진=민주당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
보고서엔 김재천 사장이 이 같은 상황의 정점에서 움직였던 정황도 다수 기록돼 있다. 작년 4월19일 김문호 당시 금융산업노조위원장이 김 사장의 면담을 위해 사전약속 후 부산 본사를 방문했지만 김 사장은 돌연 면담을 거부했다.

그리고 다음달 3일 노사합의가 어려워지자 김 사장은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 다음날 노조가 진행한 성과연봉제 조합원 찬반투표에선 85.1%가 반대표를 던졌고, 같은 날 정용배 부사장까지 사의를 표명했다.

김 사장은 사퇴 표명 1주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고, 전국부점장 회의를 소집했다. 이 때 성과주의 도입 결과에 따라 하반기 인사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침이 정해졌고, 같은 달 16일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와 조직의 공적 이익을 우선해 책임과 사명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인사기준 항목으로 추가됐다.

HF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작년 5월20일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확대(안)을 통과시켰다.

실태조사 당시 조사단장을 맡았던 한정애 의원은 정권 눈치보기식으로 사측의 강압에 의해 도입된 제도는 결국 조직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작년 4월 성과연봉제 찬반 설문조사와 관련해 HF 직원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자료=민주당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
▲ 작년 5월 HF 일부 경영진이 팀장을 통해 기명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지.(자료=민주당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
한 의원은 "주택금융공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노사합의로 결정했다던 성과연봉제 확대를 이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며 "조직의 발전을 뒷전에 두고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는 공공기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HF 관계자는 "노사간 성과연봉제 합의 과정에서 강압은 없었으며, 이번 재검토 결정 또한 노조의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