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일째 비어있는 헌재 소장실… '김이수 실종사건'
166일째 비어있는 헌재 소장실… '김이수 실종사건'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7.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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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째 헌재소장 대행체제… 내년 개헌 앞두고 '빨간불'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헌재에 명절이나 다름없는 제헌절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6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3층의 소장 집무실은 텅 비어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지연되면서 전임 박한철 소장이 퇴임한 1월 말 이후 아직 새 주인이 입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헌재는 앞서 박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뒤 8인체제로 탄핵심판을 이어갔다.

재판관들 중 가장 선임인 이정미 재판관이 권한대행을 맡아 지난 3월10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파면 결정을 내렸다.

당시 국민들은 새 정부 출범을 향한 기대감에, 헌재는 8인체제라는 비정상을 헌재소장을 포함한 9인체제로 정상화 할 생각에 들떴다.

하지만 이날로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1988년 헌재 창설 이래 가장 긴 시간인 166일째를 맞았다.

당초 김이수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5월19일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달 7일 인사청문회를 개최해 8일까지 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하지만 청와대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서 정국이 냉랭해지자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 거의 2개월 가까이 '헌재소장 후보자' 꼬리표를 단 채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에서 잊혀져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김 후보자를 두고 '김이수 실종사건'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가 현재 소장 권한대행을 수행하는 만큼 실질적인 업무에 큰 차질은 없지만, 헌재 내부에서는 "정치권이 너무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의 인준이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면서 내년 개헌을 앞둔 헌재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헌재소장은 국회 인준과정을 거쳐야 하는 자리인데, 7월 임시국회는 18일로 예정된 본회의가 마지막 일정이다. 18일 본회의마저 인준되지 못하면 계속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탄핵심판을 계기로 헌재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음에도 헌재소장 공백기는 더 길어진 상태"라며 "9명의 재판관으로 헌재를 구성하도록 명시한 헌법을 위헌하고 있는 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해 대통령과 야당들이 조속히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