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A재협상 ‘선전포고’… 韓, 반전카드 ‘고심’
美, FTA재협상 ‘선전포고’… 韓, 반전카드 ‘고심’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7.07.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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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협상까지 가지 않을 것…전문가, 상호 공방전 예상

▲ (CP 제작=고아라 기자)
미국 정부가 12일(현지시간) 우리나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시작하자고 공식 요구하면서 한미 FTA재협상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세를 무기로 협상전 공동위원회를 통해 미국정부를 우선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강도 높게 요구한 자동차·철강에 대한 재개정 문제를 덮기에는 우리 측이 가지고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정부가 막상 협상이 시작되면 그동안 지적해온 자동차·철강·서비스 문제를 시작으로 강도 높은 압박을 해올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때문에 우리 정부도 ISD재개정 문제 등  FTA협정 이후 골칫거리가 됐던 사항들을 반전 카드로 내놓고 협상판을 짜야한다고 조언한다.

그만큼 이번 개정협상은 양국간 뜨거운 공방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다만 개정절차 문제와 협상 개시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다양한 대응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 합의가 우선…한미FTA 개정절차 살펴보니

미국 정부가 12일(현지시간) 우리나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소집을 요구함에 따라 이후 협정 개정 절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개정협상과는 거리가 멀다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은 '재협상' 대신 '개정 및 수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우리정부가 미국의 제안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공동위원회가 개정협상을 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동위 개최 이후 한미FTA 개정협상은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한미FTA 협정문에 따르면 일방이 공동위 특별회기 소집요구를 하면 별도의 양측 합의가 없을 경우 30일 이내 상대방이 개최에 응해야 한다.

또한 공동위는 양국 공무원으로 구성되며 협정 이행감독, 규정해석, 개정 검토, 협정상 약속수정 등에 대해 컨센서스(의견일치)로 결정한다. 이는 공동위가 협정 개정 검토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이를 토대로 공동위에서 한미FTA 개정협상 개시를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한국과 미국은 협상을 통해 협정 개정에 합의해야 한다. 이후 국내 절차를 밟고 양측이 합의한 날에 개정 협정은 발효된다.

만약 협상과정에서 이견이나 원만하게 개정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는 일방당사자의 서면 통보만으로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다른 쪽의 의사와 상관없이 서면통보한 날로부터 180일 이후 협정이 자동 종료된다. 또한 협정 종료와 동시에 한미 간의 특혜관세는 즉시 모두 사라지게 된다.

다만 실제 이 모든 개정협상에 착수하려면 먼저 양측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앞서 밝힌 ‘재협상’이 아닌 ‘개정 및 수정’이란 의미는 공동위에서 양국 합의가 안 되면 개정은 불가능하며 재협상은 시작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공동위 개최 요구만으로 개정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며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과 미국이 우려하는 무역적자 감축 방안 등에 대해 공동위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韓, 대미흑자 감소세 ‘뚜렷’…美 불만 ‘여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미FTA가 발효된 이후  대(對)한국 상품수지 적자가 1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배증했다”며 현 한미FTA의 재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의 주장과 상당부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미FTA 체결 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 증가율(37.1%)로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 증가율(12.4%)보다 3배 가까이 높다.

반면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중국 철강은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물량의 2% 남짓에 불과하다.

또한 한국의 대미흑자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1~5월 미국을 상대로 68억6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동기와 대비하면 41억 달러나 감소한 수치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15년 사상 최고인 258억 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232억 달러로 전년보다 26억 달러 줄며 감소세가 확연하다.

특히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 포함) 부문은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선통신기기(23억9000만 달러, 37.6%↓)의 올해 수출 감소액이 14억4000만 달러로 가장 컸다.

이어 자동차(65억1000만 달러, 8.5%↓), 자동차부품(25억3000만 달러, 14.9%↓)의 수출 감소액이 각각 6억 달러, 4억4000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철강판(4억2000만 달러, 30.3%↓)와 반도체(12억4000만 달러, 17.5%↓)의 올해 대미 수출 감소액도 각각 1억9000만 달러, 1억1000만 달러로 큰 편이었다.

반면 대미 수입 증가폭은 커지고 있다.

올해는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와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이 폭증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올해 대미 수입액은 23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무려 140.7%에 달했다.

LPG의 수입액 증가도 두드러졌다.

우리나라는 올해 약 9억1000만 달러의 LPG를 미국에서 들여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0%나 늘어난 금액이다.

이로 인해 미국산 LPG는 중동산을 제치고 국내 수입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식물성물질, 육류, 항공기 및 부품의 대미 수입도 동반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양국 실무진이 참여하는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가 꾸려지면 이 같은 대미 흑자 감소세와 함께 한미 FTA가 거둔 여러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양국 교역은 한미 FTA 발효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교역은 13.0% 감소하는 부진을 겪은 반면 한미 교역 규모는 12.1% 증가했다는 것.

양국 교역 확대에 힘입어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011년 8.5%에서 지난해 10.6%로 뛰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미 FTA 발효 전 한국 수입시장에서 지속해서 점유율이 하락했던 미국이 FTA를 발판 삼아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예고된 선전포고’…'공동위 공방' 뜨거울 듯

미국의 재협상 공식요구에 따라 양국 통상 정책 실무진이 참여하는 특별공동위원회가 조만간 꾸려질 전망이다.

특히 협상 개정에는 양국의 민감한 사항이 담겨질 것으로 보여 한-미 간 뜨거운 공방전이 예고된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출범 즉후부터 자동차·철강 등을  필두로 한미FTA에 대한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혀 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동위가 만들어진다면 미국의 강력한 선제공격이 뒤따를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 역시 핵심 카드를 내놓으며 팽팽히 맞설 것으로 예상돼 재개정 협상에 들어가면 양국간 공방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그간 미국 자동차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장벽과 한국을 통한 중국 철강의 덤핑 수출을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지목해 왔다.

미국 상무부는 조만간 한국을 포함한 16개국과의 무역적자를 분석한 보고서 발표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는 무역상대국에 불리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반면 우선은 미국 주장의 핵심 카드가 되는 자동차와 철강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하며 선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그동안 미국이 주장해온 자동차와 철강 등의 불공정 무역이 재협상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도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따라가지는 않으려면 다양한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동차·철강 이외에도 법률시장 개방,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 지분 투자 허용 문제 등을 협상 주요 의제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며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한국 정부 역시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무역적자의 원인을 설득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유리한 협상카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FTA 체결 이후 한국이 적자를 보는 지식재산권, 여행 서비스,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부분을 협상카드로 사용해야한다”며 “공동위에서 재협상에 합의하더라도 한국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들어 무리한 협상 요구 시 돌파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이승현 기자 shlee43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