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매한 법에 몰매 맞는 부영주택 “억울해”
[기자수첩] 애매한 법에 몰매 맞는 부영주택 “억울해”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7.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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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100km입니다. 단, 속도를 냄에 있어 주변을 주행 중인 차량들의 속도와 인근 타 도로의 제한 속도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를 이런 식으로 규정한다면, 과연 시속 몇 km로 달리는 것이 적절할까?

최근 이와 비슷한 애매한 법 문구로 인해 한 주택건설업체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구(舊) 임대주택법은 임대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대료 증액 청구시 연 5퍼센트를 상한선으로 명시하고 있다. 단, 주거비 물가지수 및 인근 지역의 임대료 변동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 전주시 하가지구에서 공공임대아파트를 임대 중인 부영주택은 이 아파트의 임대료 인상률을 연 5%로 책정했다. 그러자 전주시는 이 아파트의 임대료 인상률은 연 2.6%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인상률 폭을 두고 전주시와 부영주택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졌다.

전주시는 물론 타 지자체들까지 이번 임대료 논란에 가세하면서 부영주택은 말 그대로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이들 지자체들은 부영주택이 임대료를 최대한 많이 올려 서민들의 주거비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영주택은 정말 나쁜 기업일까? 아니면, 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진짜 5%를 올리는 눈치 없는 기업일까?

각자의 입장을 모두 들어보고 기자가 낸 결론은 둘 다 'NO'다.

양측이 적정 임대료 상승률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인근 지역 임대료 변동률이다. 부영주택은 인접 3개 아파트단지의 연 평균 임대료 인상률 5.4%를 고려했고, 전주시는 전주시 전체의 전세지수와 월세지수 변동률을 산술 평균해 1.24%를 기준으로 삼았다.

만약, 이 수치가 반대로 나온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부영주택이 산정한 인접 3개 단지 아파트의 연 평균 임대료 상승률이 1.24%이고, 전주시 전체 상승률이 5.4%였다면 말이다.

이 경우엔 전주시가 앞장서서 인상률 5%가 맞다고 주장했을까?

이번 논란은 지자체가 지역주민의 이익을 대변하기위한 노력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 기업이 법과 윤리를 무시한 행태로 단정짓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관련 법을 주관하는 국토부 역시 법 문구의 애매모호함을 인정했다. 문제가 있다면 보다 정확하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다.

한 기업의 존폐를 가를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에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