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공, 장마철에 뜬금없이 가뭄극복 대토론회
[기자수첩] 수공, 장마철에 뜬금없이 가뭄극복 대토론회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7.07.12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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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갑작스럽고 엉뚱한 행동을 할 때 우리는 ‘뜬금없다’는 말을 쓴다. 여기서 나오는 뜬금없다는 옛날 곡물 시장에서 가격을 정하던 방법으로부터 나왔다. 옛날에는 쌀의 가격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시세에 따라 그날그날 다른 값이 매겨졌는데, 이때 거래의 기준이 되는 가격을 뜬금이라고 했다. 즉 뜬금은 일정하지 않고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 값이란 뜻이다.

이처럼 곡물 시장에서 뜬금을 정하는 일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뜬금이 없이는 곡식이 거래될 수 없다. 그래서 예고 없이 갑작스레 일어나는 일을 뜬금없다고 하게 됐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생뚱맞다’는 말도 있다. 이 말은 하는 행동이나 말이 상황에 맞지 아니하고 매우 엉뚱할 때 쓴다.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지난 11일 뜬금없이 가뭄극복 토론회를 개최해 언론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수공은 이날 대천 웨스토피아 리조트에서 충남지역 가뭄극복과 중장기 대책 마련을 위한 ‘가뭄극복 大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내린 장맛비로 여기저기서 수재민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뭄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수공의 이 발상은 정말 생뚱맞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극심한 가뭄이 반복되고 있는 충남지역 가뭄에 대한 대응현황 점검과 중장기 대책 마련, 가뭄 대비 바람직한 물 관리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서라고 수공은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대책은 찾아 볼 수 없고 물 관리의 책임이 있는 수공과 충남도의 책임회피성 보고회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물론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가뭄대응을 위한 해수담수화 활용 문제와 지하 저수지 확보문제 등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있었지만 이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기존의 방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렇다보니 국민들은 답답할 뿐이다.

앞서 10일에 열린 충남도의회 제297회 임시회에서 홍성현 의원은 도가 추진하는 가뭄 대책들이 장기적인 것이 아닌 상황 모면을 위한 근시안적인 대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매년 반복되는 가뭄 해결을 위한 ‘장기적 가뭄 대책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일에는 그 일을 해야 할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공이 장마철에 가뭄대책 마련을 논하는 것은 뜬금없다. 더욱이 이번토론회에서 ‘장기적 가뭄 대책 로드맵’이 나온 것도 아니어서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부필염빈(富必念貧:부유할 때 반드시 가난을 염두 해야 한다)으로 치부하기에도 매우 꼴사납다.

[신아일보] 김기룡 기자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