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플랜 B’ 없는 화장품 업계의 안일함
[기자수첩] ‘플랜 B’ 없는 화장품 업계의 안일함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07.1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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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장품 업계는 사드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플랜 B’가 없는 안일함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정부가 방한 여행상품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3월~5월 사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은 84만1952명으로 전년 대비 57.7% 감소했다.

큰손이었던 중국 관광객이 줄자. 여러 화장품 브랜드들의 매출도 떨어졌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화장품 공룡’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실적과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몇몇 브랜드들의 미래를 어둡게 예측했다.

이같은 결과는 중국에만 기대어 온 화장품 업체들의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됐다.

중국인들 덕에 성장한 화장품 브랜드가 하나 둘 생기자 너나 할 것 없이 중국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 업체들은 주요 소비층 중 하나로 중국인을 설정했다.

그렇다면 얼마나 전략적으로 중국인들을 공략하고 있을까?

최근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에게 ‘국내 매출액 중 중국인이 구매하는 매출 비중을 대략 얼마로 추산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그 부분은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주 타겟으로 삼는 중국인들이 자사 제품을 얼마나 소비하는지에 대한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물리적인 제약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있어야 할 업체에서 그저 ‘잘 팔리면 장땡’ 이라는 심보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나마 현 상황을 타개할 방책으로 ‘수출 다변화’가 꼽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적은 미미하다.

기초 화장품이 대세를 이루는 국내 제품들이 서구의 트렌드인 색조 시장에 정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색조 제품으로 승부를 보기에도 무리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색조 화장품 기술력이 서구권의 유명 브랜드에 비해 뒤쳐진다고 고백했다. 색을 만드는 것은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에 긴 시간 쌓인 노하우가 없이는 따라잡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결국 중국에 의존하던 화장품 시장은 중국발 역풍에 맞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된 해외 진출을 강구했어야 할 화장품 업계가 지금에서야 앓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일은 상품이 아닌 ‘욕망’을 파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 욕망을 파는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이라는 ‘욕망’에 눈이 멀어버렸던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