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보이지 않은 사회적 자본 ‘신뢰’
[데스크 칼럼] 보이지 않은 사회적 자본 ‘신뢰’
  • 신아일보
  • 승인 2017.07.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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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산업부팀장

 
“君君, 臣臣, 父父, 子子.”

중국 춘추전국 시대 제나라를 제 2의 번영기로 이끈 제 경공이 정사(政事)에 대해 묻자 공자는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이 각자의 ‘노릇’(역할)을 잘 하면 된다”라고 답한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이 이야기를 안다.

공자가 말하는 이 ‘노릇’들이 모이면서 발생하는 것이 ‘사회적 신뢰’다. 상식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한 사회의 예측가능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가경제 측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사회적 신뢰는 보이지 않는 자본이자 성장잠재력에 속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각종 지표상에 나타나는 성장잠재력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분위기, 즉 시장이 대체적으로 예측가능한 시스템에 따라 굴러간다는 신뢰가 있어야만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를 당장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각각의 경제주체들이 상대에 대한 신뢰 없이 활동할 경우 소모되는 각종 사회적 비용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신뢰의 부재가 가져오는 피해액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국내에서만도 사회적 갈등 해소비용으로 매년 수조원이 소모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뢰의 가치는 매우 크다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국가경제 성장의 주역 중 하나인 우리 기업인들의 최근 행보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모범적 경제활동으로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할 첨병들이 시스템 붕괴에 앞장서는 꼴이다.

재벌그룹의 불법 승계의 노하우는 프랜차이즈 가맹본점의 오너들에게도 전달된 모양이다. 수천억원짜리 프랜차이즈 기업의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상속세를 단돈 50만원 밖에 내지 않은 기업이 있고, 어느어느 기업이 뒤에 숨어서 작업 중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재벌 총수 일가의 비상식적 ‘갑질’역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에서 따라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 오너들의 일탈 행위는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여비서 성추행 의혹과 가맹점 상대 '치즈통행세 갑질' 등에 이어 해외 원정도박 의혹까지 제기됐다.

최근 전국에 170여개 매장을 가진 디저트 프랜차이즈 업체의 모(母)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한 인사는 마카오의 한 카지노에서 억대 원정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고 귀국해 피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같은 가맹사업 오너의 일탈은 개인적 처벌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너의 비윤리적 행위는 가맹점주들의 생계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 사회구성원들이 인정했던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너가 성추행 혐의를 받은 치킨 업체의 가맹점 매출이 성추문 파문 이후 최대 40% 줄었고, 갑질 혐의로 오너가 검찰 조사를 받은 피자 가맹점의 매출도 15~20%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과거 오너의 경비원 폭행 때는 40%가까히 매출이 감소한 바 있다.

이미 10여년전 빌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창하면서 사회·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임을 강조했다.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나 조직 일수록 사회적 자본인 신뢰의 구축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말보다 실천이 우선이다. 학생들이 공자와 제경공의 대화를 알 듯 경영인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사회 전반의 신뢰 구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경영인과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신승훈 산업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