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도발에 文정부 '대북기조' 대손질 불가피
北 ICBM 도발에 文정부 '대북기조' 대손질 불가피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7.0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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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명분 찾기 어려워… '미국과 직접 담판 의도' 해석도
대화중심서 압박외교로 선회할 듯… 당분간 대북제재 강화
▲ 북한이 지난 4일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나흘 만에 '화성-14'형 미사일 시험 발사 도발을 하자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제재와 압박 중심의 대북정책 기조를 '대화 중심', '단계적·포괄적 해법'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핵 동결과 도발 중단을 약속하면 대화와 보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이를 통해 핵 폐기로 이끈다는 구상이었다.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북핵 대응의 주도권을 확보한 건 첫 방미에서의 최대 성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나흘 만에 도발을 감행하면서 새 정부의 대화 중심 대북 정책이 난관에 부딪혔다.

국제사회 주도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대화 가능성을 언급해온 문 대통령에게 미사일로 답한 셈이다.

특히 한 단계 진화한 ICBM 시험발사에 나서면서 대화를 위한 명분 찾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설득 논리가 깨지고 만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ICBM 전략 도발을 통해 미국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북한의 도발로 한미 정상이 대화 조건으로 내세운 '올바른 여건'은 더 멀어지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도 당분간 강경대응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ICBM이란 사실이 확인된다면 지금까지의 압박과 제재에 대한 강도가 훨씬 더 커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전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ICBM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지금까지의 압박과 제재에 대한 강도가 훨씬 더 커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 하에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압박 외교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동해상에서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로 출국하는 전용기로 향하고 있다.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탓인지 표정이 무겁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던질 대북 정책 방향 등에 대한 메시지 수정도 불가피하다.

당초 문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핵 동결→핵 폐기'라는 2단계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향한 실질적인 제안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이번 도발로 연설 내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추가 대북 제재가 나온다면 향후 인도적 차원의 남북 교류 역시 더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또 대화 재개를 언급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대북 제재와 압박이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인 만큼 상당 시일이 흐른 뒤에 대화를 조심스럽게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