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가장 많이 하면서 휴가 사용할 땐 '회사 눈치'
일은 가장 많이 하면서 휴가 사용할 땐 '회사 눈치'
  • 이선진 기자
  • 승인 2017.07.0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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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10명 중 7명 "휴가 사용에 죄책감"… 인식전환 시급해
알바생들에겐 여름휴가도 배부른 소리… "경영진부터 바뀌어야"

▲ (사진=신아일보DB)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한국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탑승한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기자 간담회 당시 "대통령 연차휴가를 다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참모들과 좌석에 앉아 있던 기자들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대통령이 휴가문화 개선에 먼저 솔선수범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휴가 눈치보기' 문화를 없앨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실제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7명 가까이는 휴가 사용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경직된 휴가 문화를 보이고 있다. 반면 평균 노동시간은 세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고 있어 휴가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2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2015년 기준으로 연간 2113시간 일을 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인 1766시간보다 347시간 더 많이 일하는 셈이다.

하지만 법으로 규정된 15일의 유급휴가를 다 쓰는 근로자는 많지 않았다. 직장 상사 눈치가 보이고 일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전 세계 28개국의 유급휴가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유급휴가 일수는 8일로, 전 세계 유급휴가 사용일 수 평균인 20일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휴가를 쓰지 못하는 이유(중복응답)로 '빡빡한 업무 일정과 대체 인력이 부족해서'를 1위로 꼽았다.

또 한국인 중 휴가 중 매일 1회 이상 업무를 확인한다는 사람은 88%로 나타나 전 세계 평균인 64%보다 높았으며, 휴가 사용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69%로 나타났다.

근로자 수가 적은 영세 사업체의 경우 사정은 더욱 팍팍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의 '근로시간 운용 실태조사(2016년)'에 따르면 조사대상 1570개 사업체 중 연차휴가가 없는 곳은 5.9%(92개)로 집계됐다.

근로자 5∼29명인 사업체 중 연차휴가가 없는 곳이 13.5%에 달해 가장 많았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연차휴가가 없는 곳은 1.2%에 불과했다.

일부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는 연차휴가는커녕 여름휴가마저 딴 나라 얘기다.

최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아르바이트생 92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들 중 32.4%가 '여름 휴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이유로는 가장 많은 46.6%가 '자금이 부족해 아르바이트해야 해서'라고 말했다.

장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서는 휴가를 가기 위해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압력이 계속돼 휴가를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부터 인식이 바뀌고 유연한 기업문화가 퍼져야 한다"며 "문체부에서 실시하는 '여가친화기업 인증제도' 등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이선진 기자 s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