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文대통령, '한미FTA' 놓고 동상이몽
트럼프-文대통령, '한미FTA' 놓고 동상이몽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7.07.0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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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합의되지 않은 이야기" VS 트럼프 "사실상 2주전 만기 도래"
정상회담 끝나자마자 불협화음… 재협상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친 뒤 함께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분명한 성과를 거두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회담 종료 직후 양국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우리 측으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숙제'를 떠안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귀국에 앞서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특파원단과 40여 분간 간담회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재협상을 사실상 결정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합의 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성명이 기자들에게 배포된 가운데 (두 정상이 공동 언론발표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며 "저는 공동성명 내용을 알아 거기 맞춰 이야기한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합의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이 무역적자와 특히 자동차, 철강 분야 문제를 거론했고 우리 측은 미국 상무부 자료에서도 한미FTA가 호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도 시정의 소지가 있다면 실무 TF를 구성해 FTA 영향을 조사, 분석, 평가해보자고 역제의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 외의 부분을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에 대한 합의는 결코 없었으며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청와대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확대를 문제 삼으며 계속해 '공정한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만기가 사실상 2주 전에 끝났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우주위원회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상을 협상하기 위해 아침 시간을 보낸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이 자리에 배석했다"면서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 무역 협정은 만기가 다가온다. 사실 2주 전에 만기가 도래했다. 우리는 협상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한미FTA를 거명하진 않았지만, 이는 사실상 만료 시한이 없는 한미FTA를 겨냥한 것으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단독 정상회담 모두발언 때도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마치 한미FTA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 양측에 공정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특히 미국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손실을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심한 듯 공동 언론 발표의 절반가량을 무역 불균형 문제에 집중한 것 역시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을 노골적으로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 FTA 무역 불균형 문제는 미국 측의 강력한 문제 제기로 사실상 '재협상' 수순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우리 측이 TF 구성을 통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해보자고 제의함으로써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군다나 만약 재협상에 들어간다 해도 우리나라가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줄 필요는 없다. 재협상은 결국 쌍방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그만큼 받는 것도 있어야 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일단적으로 공동성명에는 균형된 무역,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조건 증진이란 표현은 포함됐지만, FTA란 단어는 들어가지 않았다. 앞으로도 한미 양국은 이 문제로 서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아일보] 박소연 기자 thdus524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