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지시 담긴 '박헌영 수첩' 공개… "죽을까봐 땅에 파묻어 보관"
崔 지시 담긴 '박헌영 수첩' 공개… "죽을까봐 땅에 파묻어 보관"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6.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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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측 "조사 4~5개월 만에 제출… 나중에 작성" 문제 제기
朴" 나를 지킬 최후의 수단… 지시대로 기업에 지원금 요구"
▲ 최순실 씨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30일 롯데그룹이 재단에 75억원을 추가 지원하게 된 과정에 대해 증언하면서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재단을 소유하며 업무지시를 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새로운 수첩을 공개했다.

그러나 박 전 과장의 수첩에 대한 진위를 둘러싸고 최씨 측과 검찰은 설전을 벌였다.

검찰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박 전 과장을 신문하면서 수첩 2권 내용을 공개했다.

박 전 과장의 증언에 따르면 수첩들은 지난해 1∼10월 사이 박 전 과장이 최씨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을 받아 적거나 K스포츠재단·더블루K 등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하는 데 쓰였다.

특히 그가 SK그룹에 요구할 내용과 롯데에서 지원금을 받아내는 과정, 예산안 등 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최씨의 지시가 자세히 적혀있었다.

이를 테면 '연구용역-SK에서 진행', '가이드러너 학교설립 제안→포스코', '외국 전지훈련 인보이스를 해외법인 통해서 발행(WIDEC·비덱)', '선수컨트롤을 자체로 갖고 있고 SK에서 후원하는 방안', '아시안게임까지는 밀어주면 좋겠다' 등의 내용이다.

박 전 과장은 수첩에 나와있는대로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수십억 지원을 해줄 것을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박 전 과장은 특히 최씨가 'K스포츠재단이 운동선수를 독일에 보내면 훈련 비용을 비덱스포츠에 직접 보내라고 요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비덱은 최씨의 독일 내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는 회사다.

수첩에는 최씨가 '국기선양'을 강조한 것도 나와있는데 박 전 과장은 본인도 '국위선양'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최씨의 지시사항이라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적었다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씨 측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증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조사를 받았는데 4∼5개월 뒤인 올해 3월 28일에야 검찰에 수첩을 낸 이유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또 "수첩 내용이 나중에 작성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전 과장은 "죽을까 봐 갖고 있었다"며 "(수첩이) 저를 보호할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해 검찰 압수수색이나 조사받을 때도 숨겼다. 3월이 돼서 증거로 내도 되겠다고 생각해 줬다"고 맞섰다.

그는 "최씨의 말을 받아적은 수첩이라 처음부터 내보이면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제가 위험에 처할 거라 생각했다"며 "(최씨 등이) 어떤 힘이나 돈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서 공포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 자료들을 어디에 보관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땅에 파묻어놨었다"며 "어떤 힘을 가지고 어떤 돈을 가진 분들인지 잘 알기 때문에 공포감이 있어서 보관하고 있다가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또 "수첩에 (날짜가 적히지 않았기에) 적힌 내용은 나중에 (조작해) 작성한 것 아니냐"며 "수첩 어디에도 최씨의 지시라고 쓴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과장은 이와 관련, "수첩은 사후에 작성된 게 아니며 날짜를 못 쓴 건 있지만 메모는 (최씨가 말한) 그때그때 쓴 것"이라며 "지시한 게 그 분(최씨) 한 분이라서 굳이 누구의 지시라고 쓸 필요가 없었다"고 답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