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前수석 "비선 실세 있냐" 묻자… 朴 "비참하다"
김성우 前수석 "비선 실세 있냐" 묻자… 朴 "비참하다"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6.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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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진술조서 공개… 기업인 독대 관련도 포함

▲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미르재단 의혹 보도를 접하고 청와대 수석들에게 “비참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검찰이 공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27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뇌물 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진술조서를 제시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미르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 전 실장은 걱정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미르재단에 별 문제가 없고 더 알아볼 필요가 없다는 말을 이 전 실장에게 했다고 한다.

언론에서 미르재단과 관련된 의혹 보도가 잇따라 나오기 시작하자 그해 10월 12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만나 회의를 했다. 당시 현안은 박 전 대통령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였다.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 경위에 대해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나 윈윈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에게 “비선실세가 있느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비참하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의 존재를 인정하는 취지로 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에게 그 사람이 호가호위하는지도 여쭤봤더니 ‘그 사람이 한 일에 대해선 모른다’는 취지로 말한 기억이 난다”, “비선 실세에 대해 국민들에게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대통령이 별다른 말씀이 없었다”고도 진술했다.

또 그는 “그 직전에 안종범 수석에게 어떻게 된거냐 물으니 기업인들 독대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며 “그래서 제가 기업인 독대 이야기도 (대통령 입장 자료에)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대통령께서 완강히 반대하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수석은 미르·K재단 의혹이 보도될 시기 박 전 대통령이 10월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의제를 던진 것을 두고 “개헌 발표 이후 모든 언론이 그걸 쫓아가는 상황이어서 다들 신의 한 수였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공개됐다.

그러나 바로 당일 저녁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터지면서 개헌 이슈는 묻혔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