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동생 가석방 언급하자… 朴 "두 재단에 협조 부탁한다"
최태원, 동생 가석방 언급하자… 朴 "두 재단에 협조 부탁한다"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6.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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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증인 출석
"朴에 '동생이 출소 못해 조카 볼 면목 없다' 했다"
▲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과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지원 협의 과정 등을 증언하기 위해 2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앞서 같은날 오전 박 전 대통령도 재판에 참석하기위해 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사진 왼쪽). (사진=연합뉴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회장은 22일 오전 9시 53분께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 취재진에게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이 열리는 417호 대법정으로 이동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당시 독대 자리에서 최 회장에게 SK의 미르·K재단 출연에 감사 표시를 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업 지원을 권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은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조기 석방과 면세점 사업 지속,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그룹의 현안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최씨 지시를 받은 K재단 관계자들이 SK 측에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과 시각장애인 지원 사업에 필요한 예산 89억원을 요구해, 박 전 대통령에게는 제3자 뇌물 요구 혐의가 적용됐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서 지난해 2월 16일 박 전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한 내용을 증언했다.

검찰은 최 회장에 "박 전 대통령에게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워커힐 면세점 특허 갱신 문제, 최재원 부회장 가석방 문제에 대해 건의했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최 회장은 "사실이다"고 답했다.

특히 최 회장은 최재원 부회장 가석방 문제와 관련해 '저는 감옥에서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나와서 조카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박 전 대통령에게 완곡하게 말씀을 드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당시 자신의 사생활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터라 박 전 대통령에게 경영자로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했고, 그래서 동생 가석방 문제를 직설적으로 꺼내지 않고 완곡하게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의 부탁에 별다른 답을 주지 않아, 최 회장은 더 이상 동생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 SK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금액을 확인하며 향후에도 협조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면담 당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SK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는지 물었고, 안 전 수석은 111억원을 지원한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 회장에 "안 전 수석에게 금액을 들은 박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SK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해준 데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두 재단에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는 취지로 말했나"라고 물었고, 최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또 면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장애인스포츠 활성화와 관련해 가이드러너에도 대기업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사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프리존 지역과 중국 단둥 경제특구, 에코시티 등의 여러 안건을 설명했다.

검찰이 "면담에서 단둥에 경제특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묻자,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하면서 문화·스포츠 분야도 같이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