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원 '말 테마파크' 이대로 무너지나
800억원 '말 테마파크' 이대로 무너지나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7.06.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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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유치권 행사로 사실상 영업 중단
직원들은 임금체불로 줄줄이 실직 위기
▲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롤플레이 테마파크 '위니월드' (사진=위니월드)

800억원이 넘게 투입된 과천의 말 테마파크 ‘위니월드’가 개장 8개월 만에 좌초의 위기에 처하면서 400여명의 근로자들의 앞길이 막막해졌다. 임금체불로 인해 이미 직장을 떠난 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위니월드는 대금 지불을 요구하는 협력업체들이 출입구를 봉쇄하고 유치권(留置權) 행사에 나서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에버랜드보다 더 가고 싶어 하는 테마파크로 만들겠다”던 현명관 전 한국마사회장의 일성은 허언이 됐다.

위니월드는 설립 과정에서부터 구설에 올랐다. 

2년간 설계변경 등으로 사업비가 두 배 이상 커졌고, 운영사인 어메이징월드앤커퍼니 대표가 현 전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방문객 수도 적었다. 심지어 방문객이 한 명도 없는 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방문객이 없으니 매달 7억∼8억원의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애초 마사회는 연간 90만명의 유료입장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사업타당성 조사를 근거로 운영사에 매출의 약 9.4%에 달하는 수수료와 재투자약정금, 관리비, 인건비 등을 책임지게 했지만 유료입장객 수가 예상치의 1/10분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사회는 위니월드의 운영사인 어메이징월드앤컴퍼니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원래 계약기간은 7년이지만 운영사의 부실한 운영으로 적자가 누적되고 직원들의 임금이 체불되는 등 문제가 발생해 계약을 중도해지 했다는 게 마사회측의 입장이다. 마사회의 권고에도 운영사가 입장료를 너무 높게 책정해 관람객의 외면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운영사의 주장은 다르다. 애초 마사회가 입장객 수요 예측을 잘못해 빚어진 문제이며, 위니월드 개장 직후 터진 ‘최순실 게이트’에 마사회 경영진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와 관람객 유치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서로 책임을 미루며 날선 공방을 하는 동안 애꿎은 직원들만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운영사 직원 10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 300여명은 8개월 동안 10억원이 넘는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현재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직장을 떠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800억원을 투자한 테마파크가 개장 1년도 안가 폐쇄된다면 예산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체불임금과 협력사 미지급금 해결 등 위니월드 정상화를 위해서는 결국 마사회가 앞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라고 내다봤다. 

[신아일보] 신승훈 기자 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