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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징역 1년에 벌금 3000만원”
[데스크 칼럼] “징역 1년에 벌금 3000만원”
  • 신아일보
  • 승인 2017.06.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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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오 경제부장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는 늘 민감하다. 요즘은 고3뿐만 아니라 고2를 둔 부모도 사회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부모가 대신 공부를 해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동안 같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치 수도승이 각성을 위해 구도하는 자세와 비슷하다.

여름휴가 계획에 직장 분위기가 술렁이지만 수험생을 둔 부모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하루 이틀 피서를 즐길 생각조차 없이 오로지 더운 날씨에 아이들이 지치지 않을까 고심뿐이다.

재수생을 둔 가정은 이보다 분위기가 더 무겁다. 재수생을 둔 가장은 사회적으로 ‘징역 1년에 벌금 3000만원형’을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서글프게 들린다. 수험생보다 더 힘든 재수생 부모로 사회에서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재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학원 수강비에 인터넷 강의 등 필요 경비만 하더라도 한 달에 200~300만원이 소요된다. 경제학적 기회비용은 아예 계산하지도 않았다.

최근 법무장관 지명자가 자진사퇴를 했다. 당사자도 문제지만 그 아들에 대한 얘기가 심각하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부적절한 행위로 퇴학처분을 받아야 했지만 여러 번의 탄원 끝에 ‘2주간의 특별교육’ 징계로 선처됐다고 한다. 선도차원에서 어린 학생의 실수를 경고차원에서 훈육했다면 이해될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백번 양보하더라도 퇴학처분을 받아야 할 학생이 2016년 서울대 입시에서 수능 최저기준 적용 없이 ‘학종전형’으로 수시 선발된 사실은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하고도 남을만한 사안이다. 만일 해당학생이 퇴학처분을 받았다면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동일 사건에서 피해자로 인지됐던 상대 여학생의 어머니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딸의 구제를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아무런 효력을 보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로 보인다.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는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이 적지 않은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수험생을 둔 가장들이 자녀들에게 미안함과 창피함을 감추지 못하고 던졌던 자조가 ‘아빠가 말 한 필 못 사줘서 미안해’였다.

한국경제가 최단 시간 압축 성장을 할 수 있던 원동력으로 ‘뜨거운 학구열’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전쟁의 폐허에서 배를 곯으면서도 아이들만큼은 공부시켜야 한다던 일념으로 살았던 우리 아버지세대의 희생이 지금의 한국 사회를 만들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자녀 교육이나 대학진학은 그저 상급학교 진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뒤늦게 ‘대학 나온 사모님’들이 파트 타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아이들 학원비라도 보태겠다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고급 인력의 경력 단절이 아쉽지만 이런저런 모양새 따지기보다 당장의 실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콩나물 한주먹 살 때 한 푼이라도 가격을 깎아서 아들 참고서 사주던 우리네 어머니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최근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놓고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는 이유와 논리가 있을 터이지만 사회적 정서는 아직 거칠 수밖에 없다. 특히 ‘왜 하필 지금이고 우리 아이냐’는 정서를 달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문제이지만 가정적 시각에서도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 부의 편중과 대물림으로 사회계층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시대에 유일한 희망은 ‘공부 잘해서 출세하는 길’일지 모른다.

아직도 부모들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 뒤에 더 좋은 방법과 대안을 제시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한상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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