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
[신간] 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7.06.2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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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사, 분노와 슬픔의 정치학 :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이 책은 열사의 죽음이 고유한 의미를 잃고 형해화된 현재의 상황에서 ‘열사 호명구조’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죽음들을 탐구하고자 한다.

‘한국저항운동과 열사 호명구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1980년대 이후 권위주의 지배세력에 맞섰던 저항적 자살들의 특성과 시기별 변화를 분석한다.

‘열사’가 본격적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 청계피복노조 야학교사들이 ‘열사’라는 말을 사용한 것이 점점 확산됐다.

1970년 서울 평화시장에서 분신자살한 전태일이 ‘전태일 씨’ ‘전태일 동지’로 불리다 1980년대 ‘전태일 열사’로 호명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전태일 열사는 분신 또한 지배세력 폭압에 맞선 자기희생에서 폭압에 맞선 투사의 저항적 죽음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책은 갈수록 저항적 죽음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약해졌으며, 죽은 이들도 열사로 호명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제 저항운동은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앞으로는 더 이상 열사와 열사 호명에 기대지 않고 살아 있는 자들이 존엄한 인간으로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오늘날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열사 호명을 통해 해체된 열사와 무너진 전선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임미리 지음. 오월의봄. 396쪽. 2만2000원.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