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조건없는 대화 언급 안해… 트럼프와 같은 입장"
文대통령 "조건없는 대화 언급 안해… 트럼프와 같은 입장"
  • 김다인 기자
  • 승인 2017.06.2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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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 북한에 무거운 책임…北 잔혹한 대우 추정"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美CBS와 인터뷰…"완전 비핵화 목표"
대북 선제타격 질문엔 "위협 훨씬 더 시급해진 추후 논의"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쳥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나는 한 번도 (북한과) 어떠한 전제 조건도 없이 대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 단계적 북핵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또 "나의 입장이 미국의 정책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상충하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오는 29~30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이견 가능성을 불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미국 CBS '디스 모닝'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인터뷰는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에 억류돼 있다가 혼수상태로 귀국한 오토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한국에 전해진 당일 이뤄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먼저, 슬픔과 충격에 빠진 오토 웜비어의 가족과 미국 국민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면서 "웜비어에 대한 많은 부당하고도 잔혹한 취급이 있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또 "나는 북한이 저지른 이런 잔혹한 행동을 강하게 비난한다"며 "지금도 북한은 많은 한국국적자와 미국 시민들을 억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분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도록 북한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웜비어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오도넬 앵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웜비어가 북한 구금 시설에 있는 동안 그런 일어났다"며 "북한이 웜비어를 살해했는지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북한이 웜비어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있어 막중한 책임이 있음이 분명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웜비어의 죽음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북한이 비이성적 정권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나라와 함께 일하기 위해선, 북한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해체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화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제재와 압력 만으론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없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단계적 북핵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서조차 그러한 단계별 접근 방법을 뒷받침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최근 발언이 '조건없는 대북대화'로 해석돼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면서 남북대화 재개와 북핵폐기 및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구상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어떤 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나의 입장이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충돌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들을 비판하는 것 같은데, 그 점에 있어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비이성적인 정권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며 북핵 문제의 어려움을 설명한 뒤 "그런 나라와 협력해서 우리는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해체(비핵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북 선제타격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면서 "위협이 훨씬 더 시급해진 추후에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워싱턴 D.C.를 방문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신아일보] 김다인 기자 di516@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