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미 가시밭길… 웜비어-문정인-사드 곳곳 암초
文대통령 방미 가시밭길… 웜비어-문정인-사드 곳곳 암초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6.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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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억류됐다 풀려난 대학생 엿새 만에 사망… 美사회 충격
정상회담서 北인권문제 부각될 수도… ‘빈손 귀국’ 우려도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한미 정상회담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씨가 20일(현지시간) 숨지는 악재가 터졌다.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지연 논란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특보의 돌출 발언까지 겹쳐있는 상황에서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의욕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번 웜비어씨 사망 사태에 더욱 강경한 대북 압박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북미 갈등으로 인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전면 으로 부각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2살의 미국 청년이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된 뒤 혼수상태로 송환된 것만으로도 큰 충격에 빠졌던 미국 사회는 웜비어씨가 숨지자 북한에 대한 응징과 진상규명 요구로 들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북한에 의한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대북 정책을 비판했던 리언 파네타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CNN에 출연해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이 옳다"며 "북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도대체 웜비어씨에게 무슨일을 저질렀는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도 "미국은 웜비어씨의 부당한 감금과 관련해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북한이 불법 구금 중인 나머지 3명의 미국인도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 정가에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반도내 미군 전략 무기와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청와대와 문 특보가 "교수로서의 개인 주장일 뿐"이라고 진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와 정가에서는 한국 정부의 환경 평가를 내세운 사드 배치 지연에 대해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안보 관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트럼트 대통령이 사드배치 지연에 대해 '격노'했다고도 알려졌다.

자칫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달코자 하는 그 어떠한 카드도 꺼내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올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간 입장차이와 갈등만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틸러슨 장관과 전화통화를 비롯해 미국을 방문해 직접 만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아직 접촉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악재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이를 조절할 채널조차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웜비어씨의 사망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조전을 띄웠다.

북한이 웜비어씨에게 비인도적 처우를 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규범을 정면으로 위배한 처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