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정상회담 앞둔 악재 해결은 원칙이다
[사설] 한미정상회담 앞둔 악재 해결은 원칙이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6.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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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안팎에서 밀려드는 험난한 파고에 직면했다. 크고 작은 인사 잡음으로 정국 운영이 한발자국도 못나가고 있는데,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보가 지난16일 미국을 향해 “사드 때문에 한·미동맹이 깨지면 그게 동맹이냐”고 발언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에서 한반도 안보현황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 지연 논란에 격노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 특보가 할 말이 아니다.

여기에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온 지 엿새 만인 19일 사망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인사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아 내각 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고 야당의 비협조로 추경과 정부조직개편도 진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문 특보의 발언 논란까지 겹치고 있다.

문제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이다. 한미 정상 모두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호흡을 맞추기 위한 동맹을 재확인하는 자리를 앞두고 문 특보 발언에 웸비어 군 사망까지 겹쳤다.

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절묘한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입장이다.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영향평가라는 카드 빼들었지만 이 카드가 오히려 미국과 미묘한 기류를 만들고 있다. 사드 문제로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을 비롯한 미 정계 인사들에 대한 홀대 논란이 불거져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 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 특보의 공개 발언에 대해 미국과 일부 국내 보수 진영에서 미국과의 엇박자로 인식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청와대도 당혹감을 표출하면서 문 특보에게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엄중한 입장을 전달하는 등 논란 불식에 나섰다.

이번에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오토 웜비어 사망이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북핵 해법에 대한 한미 간 엇박자 기류가 확산하는 마당에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미국을 자극해 대화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특보가 아무리 학자 입장에서 한 발언이라고 하지만 그는 이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정책 전반에 대해 조언을 하는 고위 관계자다. 그런 만큼 그의 발언에 무게를 싣는 게 당연하다. 이번처럼 사전 조율 없이 내뱉었다가 주워 담는다면 혼선만 키울 뿐 아니라 국가 신뢰도까지 떨어뜨린다. 특보는 자문 역할에 충실 하는 게 임무이고 정책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담당 장관이 할 일이다.

앞으로 대북 정책과 한미동맹에 대한 입장은 정제된 뒤 정책 집행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를 통해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 특보는 앞으로 특보로서의 본분을 망각하지 말고 보다 진중하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보면서 다음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교라인을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

이제 막 취임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강 장관은 능력을 백분 발휘해 양국 관계의 불씨를 끄고 대북정책 구상 등을 조율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