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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라면의 위험성 경고에 대한 반론
[데스크 칼럼] 라면의 위험성 경고에 대한 반론
  • 신아일보
  • 승인 2017.06.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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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태 스마트미디어부장
 

라면을 끓이면 먹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면을 선호하는 사람과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간의 먹는 방식이 다르다. 누구는 국물에 찬밥을 말아먹는 것을 싫어하고, 반대로 주당들 중에는 국물에 밥알이 불어터진 것을 좋아한다. 과음하는 버릇 탓이다.

라면은 우리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간편식이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다. 항상 ‘빨리빨리’를 외치던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음식이기도 했다.

라면도 처음엔 상당히 비쌌지만 대중화 되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한때 ‘라면으로 보통 끼니를 때우자’는 말의 압축으로 ‘라보때’가 유행하기도 했으니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깔끔한 문장으로 정평이 난 김훈은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내놓으면서 라면 맛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맛은 화학적 실체라기보다는 정서적 현상이다. 맛은 우리가 그것을 입안에서 누리고 있을 때만 유효한 현실이다. 그 외 모든 시간 속에서 맛은 그리움으로 변해서 사람들의 뼈와 살과 정서의 깊은 곳에서 태아처럼 잠들어 있다….”

나이든 어른들은 음식을 추억이라고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같이 먹었는지를 혀로 기억하고 몸으로 기록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제는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다니지만 우리 민족이 음식을 배불리 먹었던 기억은 불과 50~6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라면의 맛이 ‘기가 막힌 예술’이 아닐 수 없는 이유다.

의학계에서는 라면을 1주일에 3번 이상 먹으면 1개월에 1번 이하로 먹는 사람보다 심혈관계 대사질환 위험이 2.6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이런 연관성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6배까지 치솟는 것으로 분석돼 주의가 요구된다고는 설명이다.

오범조 서울의대 교수팀이 건강검진에 참여한 18∼29세 대학생 3397명을 대상으로 라면 섭취와 심혈관계 대사질환 위험요소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라고 한다. 연구팀은 1주일에 3번 이상 라면을 먹은 그룹은 1개월에 1번 이하로 라면을 먹은 그룹보다 ‘고중성지방혈증’ 위험도가 2.6배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잦은 라면 섭취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나쁜 영향을 미쳤다. 같은 조건에서의 고중성지방혈증 위험도를 성별로 보면 여학생이 6.0배로 남학생의 2.1배보다 훨씬 높았다. 라면 섭취가 많을수록 확장기혈압, 공복혈당 수치도 덩달아 상승했는데, 이런 연관성 역시 남학생보다 여학생에서 더 뚜렷했다.

하지만 매일 저녁 10시 이후 방송되는 라면 CF는 치명적이다. 저녁을 먹고 출출해질 시간에 라면의 맛을 기억하는 우리 뇌는 CF에 녹아내릴 수밖에 없다.

김훈은 그의 책에서 밥에 대해 이렇게 되뇐다.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을 이룬다. 이것을 넘겨야 다시 이것을 벌수가 있는데, 속이 쓰려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은가.”

사실 라면에는 그 어떤 철학이 들어 있지 않을 수 있다. 그저 라면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유쾌한 맛의 기억이 되기도 하고 힘든 밥벌이의 행군 중 한 단상이기도 한 것이다. 

/고재태 스마트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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