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개혁 드라이브에 고민 깊어지는 재계
김상조 개혁 드라이브에 고민 깊어지는 재계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7.06.1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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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대상 기업, 총수일가 지분 20%로 강화
현대차, 순환출자 해소에 11조원 필요 ‘첩첩산중’
▲ 김상조 위원장이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의 대상 확대 등 재벌개혁의 고삐를 당기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18일 공정위는 지정자료 제출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부영그룹을 검찰에 고발했다. 부영그룹은 고의로 누락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공정위의 입장은 10년 이상 친족기업 수와 계열사의 주주를 차명으로 제출하는 등 위반이 반복됐다는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가 투영된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5개의 한진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총수일가가 보유중인 유니컨버스 개인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을 밝힌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는 풀이다.

특히 이번 주 재벌개혁을 위한 로드맵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 강화에 대응해야 하고 순환출자 문제도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김상조 위원장이 수차례 밝힌 바와 같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상장사)의 기준이 ‘총수일가 지분 20%’(기존 30%)로 강화될 전망이다. 또, 수혜 계열사의 매출 중 특수관계 법인(다른 계열사) 비중이 30%를 넘고, 수혜 계열사의 지배주주·친족의 직간접 지분율이 3%를 넘으면 일감 몰아주기 이익에 대한 증여세도 납부해야 한다.

▲ (CI=현대차)

총수일가 지분 정리 불가피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와 이노션은 “상장사 규제 지분율 기준인 30% 문턱을 피하려고 29.9%로 맞추면서 편법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이 적지 않다”는 김상조 위원장의 지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글로비스와 이노션의 총수일가 지분은 모두 29.9%다. 2015년 2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30% 이하로 맞춘 것이었다. 하지만 이 기준이 20%로 낮아지면 총수일가의 지분을 처분해야 하거나 외부거래 비중을 늘려야 한다.

김 위원장이 “순환출자가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고 콕 찍어 언급한 부분도 신경이 쓰인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주요 순환출자 고리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 등 4개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가장 확실하고 방법은 총수일가가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비용문제로 인해 가능성이 낮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와 모비스를 독립시키는 데 총 1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주회사를 세워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반대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개혁 기조에 발을 맞추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 경영권 승계가 완료되지 않아 향후 감독당국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등 고통스럽더라도 개혁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신아일보] 신승훈 기자 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