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검찰 공정위 “이번에는 제 역할 할까?”
경제검찰 공정위 “이번에는 제 역할 할까?”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7.06.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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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경제적 약자 구제 해결 의지 높아
김 위원장 “을의 자세로 국회 의견 경청할 것”
▲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3일 취임하면서 ‘경제검찰’ 공정위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재벌 개혁과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내정자 시절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초반에는 가맹·대리점 거래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정위의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공헌한 바 있다.

14일 열린 취임식에서는 경쟁법의 목적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법언을 인용하며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을 위한 노력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을 것이며 한 치의 후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가맹점주·대리점사업자·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것이 사회의 요구이므로 이를 충실히 실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재벌개혁의 상징 ‘조사국’ 부활

재벌개혁의 경우 우리 경제에 큰 영향력을 지닌 4대 재벌의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음으로써 공정거래 풍토를 국내 기업생태계 전반으로 자연스럽게 확산시킬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김 위원장 역시 취임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재벌개혁의 경우 4대 그룹을 딱 찍어서 몰아치듯 하는 방법은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주요 기업의 변화로 인해 전체 기업집단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었다.

재벌개혁 의지를 대변하는 행보는 조사국의 부활로 표현되는 ‘기업집단국’ 신설이다. 대기업들의 반발로 2005년 폐지됐던 조사국의 후신인 ‘기업집단국’은 향후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와 경제분석을 총괄하게 된다. 현재 공정위는 기업집단국 신설과 인력 증원 등을 행정자치부와 협의 중이다.

김 위원장은 “조직을 키우는 것은 아직 협의를 거치지 않은 희망사항”이라며 “(여타 부처와의 형평성 문제 등도 있기 때문에)현실적으로 기대만큼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다른 계열사가 납품 물량을 일방적으로 몰아주는 일감몰아주기는 단순한 불공정거래를 넘어 경영세습을 위한 자금창구로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제재 수위도 강화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의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제재 대상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이미 상장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요건도 기존 30%에서 20%로 낮춰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만 대상이었지만 중견기업들도 규제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자산 5조원 이하 중견기업도 사익편취 문제가 있다”며 일감몰아주기가 오너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 바 있다.

◇ ‘갑질’ 막아 골목상권 보호

김 위원장이 강조한 공정위의 주요 책무 중 하나는 바로 골목상권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다.

김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경제법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경쟁자, 특히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달라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가맹사업자에 대한 보호다. 가맹점이 본부의 ‘갑질’에 시달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폭발적인 가맹점 증가세와 달리 거래 구조가 여전히 후진적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우선 가맹사업법에 가맹점에 대한 보복 금지 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협업으로 로열티 산정의 근거가 되는 구매 필수물품 실태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가맹점사업자 단체를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신고제를 도입하는 안도 추진한다. 대리점들의 단체구성권을 보장함으로써 가맹본부에 대한 사업자들의 실질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대등한 자들간에 자유로운 사적 계약이라는 전제가 성립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협상력에 큰 격차 있는 갑을간 거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하도급, 가맹, 대리점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법 개정,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의견 구할 것”

김 위원장이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자세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인사권자에 의해 임명됐기 때문에 개혁에 필요한 법안 개정을 위해서는 야당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재벌 개혁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정책 중 상당수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인 법안들이다.

가맹본부의 보복조치 금지 규정 신설은 물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대형마트의 갑질에까지 적용하겠다는 정책도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의 공동사업을 담합 예외로 인정하는 정책도 공정거래법 개정 사안이다.

재벌개혁의 일환인 기업분할 명령제·계열분리 명령제 도입의 경우 국회는 물론 재계와도 깊은 공감이 필요한 문제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진정성 있는 태도로 성실하게 준비해 의원님들에게 이해 구하는 과정을 꾸준히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제 공직자인만큼 을의 자세로 의원님들을 모시면서 의견을 경청하고 논의를 이어가는 자세를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신승훈 기자 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