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시장 '얼음 땡 놀이' 이제 그만
[기자수첩] 부동산 시장 '얼음 땡 놀이' 이제 그만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6.14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음 땡' 놀이. 술래가 가까이 다가오면 "얼음"을 외치며 제자리에 서서 위기상황을 모면했다가, 도망다니던 다른 친구가 와서 "물"을 외치며 터치해주면 다시 술래를 피해 달아나는 놀이. 술래가 가까이 쫓아 왔을 때 느껴지는 긴장감과 술래를 약올리며 달아나는 재미가 일품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보면 어린시절 동네 친구들과 즐겼던 얼음 땡 놀이가 떠오른다.

쫓는 정부와 쫓기는 시장.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다가, 거의 잡은 듯 싶으면 이내 "얼음"을 외치며 피해가는 시장. 그렇게 제자리에서 얼어버린 듯 보였던 시장은 술래가 멀어지면 다시 물이 되어 정부의 약을 올린다.

지난해 11.3부동산대책이 나오자 신나게 달리던 시장은 한 동안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지역별 맞춤형 대책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을 잡는 듯 싶었다. 그러나 강남 부동산 시장은 대선을 전후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 과열양상을 보이며,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갓 지났다. 주거안정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중이다. 그러는 사이 각종 규제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시장 역시 정부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다시 쫓고 쫓기기가 시작된 것이다.

정부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시장은 왼쪽으로 뛸 것이다. 어쩌다 거의 잡힐 때가 되면 또 다시 "얼음"을 외칠 것이 분명하다.

규제를 통해 단기적으로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 집값을 안정시키고, 장기적인 주거안정을 이루는데 이렇다 할 효과가 없다는 것을 우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변화무쌍한 규제가 반복될수록 학습효과가 높아진 시장의 적응 속도도 빨라진다. 그 와중에 힘 없는 서민층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뻔한 말이지만 근본대책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규제를 내놓더라도 가능한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무게를 둬야 한다.

LTV·DTI 환원 문제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등 어쩔 수 없는 결정의 시기가 다가온 것 외에 새로운 규제를 논하기엔 조금 이른 감도 있어 보인다.

어설픈 규제는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 단기적 시장변화에 정부가 일일이 대응하기보단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충실하는 것이 장기적 시장 안정에는 오히려 이로울 수 있다.

얼음 땡 놀이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여러 명을 잡으러 뛰어다녀야 하는 술래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기자수첩]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