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로 세계 반도체 업체로 거듭나길
[기자수첩] 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로 세계 반도체 업체로 거듭나길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6.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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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는 유력 인수 후보인 ‘미국-일본 연합’에 합류하면서 상황을 반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수전은 SK하이닉스, 미국 브로드컴, 대만 홍하이그룹,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등 4파전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여기서 대만 홍하이는 약 3조엔(약 30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써내 초반부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선 기술 유출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크다. 앞서 일본 정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꺼려 왔다.

도시바와 공동으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WD는 도시바와 갈등을 겪고 있다.

WD는 최근 도시바반도체가 WD 동의 없이 도시바메모리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행위는 합작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중지 중재를 요청한 바 있다.

다만 WD도 미일연합에 합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인수전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남은 업체는 브로드컴인데 업계 안팎에서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브로드컴은 2차 입찰에서 사모펀드 실버레이크파트너스와 손잡고 인수액으로 약 2조2000억엔(22조2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용 모뎀칩을 주로 생산하는 미국 반도체 대기업인 브로드컴은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도시바와 사업 분야가 겹치지 않아 독점금지법 심사에서 장애물 요인이 없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브로드컴은 도시바 인력의 고용 및 설비 유지 의지가 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한다면 반도체 부문 1, 2위 모두 우리나라 기업이 된다. 또 반도체 굴기를 꿈꾸는 중국을 사전 제압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도시바 인수와 관련해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을 넘어 조금 더 나은 개념에서 워치해보겠다”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독점금지법 심사, 인수액 등 여러 난관이 산적해 있지만 미일 연합 합류로 분위기를 바꾼 만큼 도시바 인수전에서 승리해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