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파격'의 文대통령 취임식, 그 뒷 이야기
'소통'과 '파격'의 文대통령 취임식, 그 뒷 이야기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7.06.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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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없어 행자부가 취임식 주도… 준비시간 '반나절'
오전2시, 文측과 세부사항 합의… 오전5시, 초청 전화
▲ 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국회를 떠나며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재수 끝에 감격스러운 대선 승리를 거둔 문재인 대통령은 단 25분간의 취임 선서식으로 새 정부 출범을 대내외에 알렸다. 역대 어떤 대통령의 취임식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짧은 행사였지만, 그 준비과정은 어느 때보다 숨 가빴다.

통상 대통령 취임식은 12월에 새 대통령이 뽑히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주도해 다음 해 2월 25일에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귀빈을 초청해 진행됐다.

인수위가 취임식의 방향과 형식을 제시하면 행정자치부는 대통령 내정자의 철학을 반영해 의전에 맞게 준비하는 식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번 선거가 조기 대선으로 치러지면서 문 대통령은 인수위를 꾸리지 못하고 바로 국정 운영에 착수해야 했다.

따라서 인수위의 몫이던 대통령 취임식을 행자부가 대신 나서서 준비해야했다.

게다가 5월 9일 자정을 전후해 문재인 대통령 당선 확정 뉴스가 쏟아져 나왔으니 이튿날인 10일 정오에 있을 취임식까지는 반나절도 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당초 행자부는 이 같은 상황이 올 것을 고려해 선거기간에 각 당의 선거캠프를 일제히 만나는 자리도 마련해보려 했다.

하지만 일부 캠프에서 '국민에게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불참 의사를 밝혀 이조차 무산됐다.

결국 행자부는 당선이 확정되고서야 문 대통령 캠프 쪽과 접촉했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소탈한 취임식을 원했고, 이에 취임 행사를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열고, 행사 진행은 선서 위주로 간소하게 치르고 보신각 타종행사 및 군악·의장대 행진과 예포발사, 축하 공연 등은 생략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가 오전 2시께다.

취임식의 큰 그림을 협의하고 나자, 역대 대통령과 국무총리 이·취임식 준비를 책임졌던 행자부 의정관(실)의 주도로 부랴부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의정관실 직원들은 밤새 로텐더홀에서 치러질 취임식 의전을 꼼꼼히 살핀 후 오전 5시부터는 직원 30여 명을 총동원해 취임식에 초청할 내·외빈에게 참석 요청 전화를 돌렸다.

이른 아침부터 직원들이 돌린 전화는 수백 통에 달한다. 시간이 워낙 이르다 보니 국회의원이나 장관 등 참석자 본인에게는 전화하지 못하고 각 비서관에게 연락했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소통'과 '파격' 그 자체로 평가받는 문 대통령의 취임식은 밤을 꼬박새며 행사를 준비했던 당선자 측과 행부자 직원들이 있어 가능했다.

한 행자부 직원은 문 대통령의 취임식에 대해 "원래 행사라는 게 '잡음'이 없으면 잘 된 것으로 본다. 주변에서 '잡음이 없었다'고 하더라"며 "그래도 고생한 직원들 덕분에 잡음 없이 치렀다"고 평가했다.

[신아일보] 전민준 기자 mjje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