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위 소통과 탈권위 명심할 때
[사설] 국정위 소통과 탈권위 명심할 때
  • 신아일보
  • 승인 2017.06.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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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위)가 지난달 22일 출범했다.

김진표 위원장은 “자문위는 과거 정부의 인수위와는 조금 다르다”며 “우선 적극적으로 국민 주권을 실현하고 국민참여소통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언론, 국민과 수시로 소통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위 이후 행보는 한 마디로 매우 실망스럽다.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째인 지난 8일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났다.

정권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에서 그 역할을 하는 국정위가 경제단체와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날 국정위는 다양한 의견 수렴이나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 보다 자신들의 기획대로 따라오라는 식이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주당 근로시간을 줄이면 약 27만 명이 추가로 필요한데 대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오태규 자문위원도 “일방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만 한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이렇게 강력한 중기 육성책을 내세운 정부가 없는데 ‘이 정도는 갈 수 있다’는 말이 없다”며 “경총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어렵다는 말만 할 게 아니라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겠다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도 했다.

이날 업계는 경영 현장의 고충과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이를 듣던 국정 위는 면박을 주기로 끝냈다. 대화를 하자고 판을 벌여놓고는 그 내용을 문제 삼는 식이 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휴대전화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방안을 두고도 업계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정 위는 이 사안을 두고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며 보고 중단까지 선언했다가 다시 논의를 재개했다. 미래부로서는 어떻게든 가격 인하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계에서는 시민단체들이 국정기획위에 건의한 대로 기본료에 해당하는 1만1000 원이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일괄 인하될 경우 통신사들은 일제히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정위 내에서도 다소간의 저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립 일변도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제2분과 이개호 위원장은 10일 미래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국정기획위는 과거 정부와 같은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가 아닌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위의 일방통행 식 행보가 적지 않다. 불통도 이런 불통이 없다. 그렇다면 굳이 바쁜 시간을 서로 쪼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이유도 없다. 현장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세세히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해야 가능한 일이다. 일자리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귀부터 열어야 한다.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멀지 않아 국정 위는 완장찬 점령군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게 모토이다. 그런 문재인 정부가 소통보다 권위주의로 돌아간다면 국민과의 소통은 한참 멀어 질것이다.

지난 9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이한 문재인 정부의 80%를 넘는 고공지지율이 소통과 탈 권위 행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