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토착화’ 우려 현실되나
‘AI 토착화’ 우려 현실되나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7.06.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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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연례행사…잠복 후 순환감염 땐 연중발생
▲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AI)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직원들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류인플루엔자(AI) 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AI가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나 봄에 발생한다는 통념을 깨고 2014년에 이어 올해도 초여름인 6월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했기 때문.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AI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1~2년 주기로 발생하다가 2381억원 규모 피해를 냈던 2014년부터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AI가 발생하는 계절도 특정할 수 없어지고 있다. 2003~2011년에는 겨울과 봄에만 발생했지만, 2014년에는 한겨울인 1월 16일부터 한여름인 7월 29일까지 195일이나 지속됐다. 당시 전국 19개 시·군에서 1936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4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3787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다만, 당시 4월 4일 이후로는 추가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초 초여름 AI가 터지면서 AI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치면서 한반도에 토착화돼가는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3일 제주 지역에서 처음 의심 신고가 접수된 AI 바이러스는 국내 어딘가에 남아 잠복해있다가 이른바 '순환 감염'을 통해 재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AI의 발원지로 지목된 전북 군산 종계농장의 경우 지난 3월 중순께 한 차례 AI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주로 전통시장이나 가든형 식당, 중·소규모 농가와 거래해온 군산 종계농장에 주목하고 있다.
소규모 농가들의 경우 바이러스가 닭이나 오리 체내에 장기간 머물며 생명력을 유지하다 다른 가금으로 옮기는 '순환 감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군산 농장주가 순환 감염이 발생한 소규모 농장 등과 접촉하다 역으로 감염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연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사람 간 감기를 옮기듯 순환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역학 조사를 더 해야겠지만 군산 농장주가 시장통이나 소규모 농가 등에서 바이러스를 자신의 농장에 옮겨온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순환감염이 확실시된다면 학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된 ‘AI 토착화’ 우려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가 겨울 철새 등 외부 유입 요인이 없어도 잠복기를 거쳐 환경이 맞으면 창궐을 반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연중 내내 더운 날씨에도 AI가 상시 발생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역시 순환 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아일보] 신승훈 기자 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