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례행사’ 된 AI, 정말 정부 탓?
[기자수첩] ‘연례행사’ 된 AI, 정말 정부 탓?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6.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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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연례행사’로 불리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해도 시작됐다.

특히 올해 AI는 철새 이동시기인 추운 겨울철이나 봄에 집중된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더운 날씨에 발생하면서,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AI 상시 발생 국가에 들어선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토착화하고 강해지는 AI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살 처분, 생닭 유통금지 등 대증요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현재 과 단위로 돼 있는 농식품부의 방역 전담조직을 확대·강화해 항구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가금류 사육환경 개선을 서두를 것을 조언한다.

그러면서 AI의 굴레를 끊기 위한 필수 개선점으로 농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지적한다.

당초 모럴 해저드 문제는 매년 막대한 피해가 반복되는 AI와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창궐할 때마다 방역당국 대응책의 ‘구멍’으로 지목돼왔다.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가축 질병의 피해를 막으려면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일부 농가에서 공들여 키운 가축의 살처분과 그로인한 금전적 손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늑장신고’로 대응 시기를 늦추기 때문이다.

이번 AI 사태만 봐도 그렇다. 현재까지 파악된 정황으로 볼 때 AI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군산에서 유통된 오골계는 이미 지난달 27일께부터 AI에 감염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AI 의심신고가 처음 들어온 건 엿새 뒤인 지난 2일 오후였다. 문제의 군산 종계장에서 가금류를 들여온 농장주들이 초기에 의심신고를 하지 않아 일을 키운 것이다.

정부는 매년 나름의 대책들을 내놓으며 AI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구조적으로 방역을 외쳐도, 현장에 적용되지 않으면 전파력이 매우 강한 가축질병의 특성상 악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방역 당국의 미숙한 대응이나 잘못된 축산업 패러다임만큼 농가들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이 지겨운 AI 굴레의 사슬에 한 몫하고 있는 셈이다.

농가들도 변해야 한다. 농가들은 AI의 확산 방지의 첫 걸음은 초기 신고라는 것을 명심하고, “나 하나쯤은 괜찮겠다”는 모럴 해저드의 인식에서 벗어나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농가가 ‘신고’하는 자율권을 방만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때, 지겨운 전염병의 굴레에도 금이 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