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치매 걸린 복제돼지 '제누피그'
세계 최초로 치매 걸린 복제돼지 '제누피그'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7.06.08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매 치료제 연구 활용 기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

▲ 치매 복제돼지. (사진=제주대 박세필 교수팀)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치매 복제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복제돼지는 사람의 치매 증상을 가지고 있어 치매 치료제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이승은·박세필 교수)에 따르면 사람에게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3개의 유전자를 가진 체세포 복제돼지 ‘제누피그’를 만들고 관련 기술을 국내외에 특허 출원했다.

제누피그라는 이름은 제주국립대학교(Jeju National University Pig)의 영문 이니셜에서 따왔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쌓여 뇌세포가 죽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잊어버리는 등의 기억장애와 말하기·읽기·쓰기에 문제가 생기는 언어장애, 방향감각이 떨어지는 시공간능력 저하 등이다.

그동안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대한 신약개발이나 발병 메커니즘 연구에는 설치류 모델이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사람과는 생리학적, 내분비학적 특성에 차이가 커 연구 결과의 신뢰도에 논란이 많았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신약 효능 검정을 할 전임상 대체 동물로 흑돼지가 꼽혔다. 돼지는 사람과 유사한 장기구조와 생리적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람에게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농도를 높이는 유전자 3개(APP, Tau, PSI)를 복제하려는 흑돼지의 체세포에 ‘다중벡터 시스템’으로 미리 주입한 뒤, 공여 난자(외부에서 제공받은 제3의 난자)의 핵과 바꿔 대리모에 임신시키는 방법을 썼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누피그는 지난해 3월 30일에 출생해 올해 5월 24일까지 14개월여를 살다 신장염과 생식기 염증으로 폐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복제돼지는 살아있는 동안 사육사가 가르쳐준 사료 섭취 방식과 자동 급수기 사용법을 잊어버리고, 밥통에 배변하는 등 전형적인 치매 증상을 보였다.

제누피그와 비슷한 복제돼지 여러 마리가 임신 중인 만큼 조만간 새로운 치매 복제돼지가 태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관련된 3개의 유전자가 동시에 발현되는 치매돼지를 토종 기술로 만든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치매 치료제 개발과 약리 효과 분석(drug screening) 등에 유용하게 이용된다면 경제적·산업적으로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미래셀바이오(대표 김은영), 국립축산과학연구원(박미령 박사), 메디프론디비티(대표 김영호), 건국대(박찬규 교수), 포천중문의대(최영석 교수)가 함께 참여했으며, 이번 논문은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됐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