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 카타르와 일제히 '단교'
사우디·UAE·바레인·이집트, 카타르와 일제히 '단교'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6.0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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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놓고 충돌… "카타르, 테러리즘 지원" 주장
카타르 독자 외교노선 갈등 폭발… 美 "대화해라"
▲ 지난 2012년 카타르의 수도 도하의 고층빌딩 숲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중동 4개국이 카타르와 국교 단절을 선언했다.

이는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 중동 지역에서 카타르가 중립 외교 노선을 추구하면서 이란을 지지하고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지원했다는 의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이날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여러 종파적 조직과 테러조직을 포용하는 카타르와 외교관계 단절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UAE, 이집트, 바레인 정부도 뒤이어 낸 성명에서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후원하고 내정 간섭을 해 단교한다고 밝히고 자국과 카타르의 항공기, 선박 등 왕래를 전면 차단했다.

또 UAE와 이집트는 자국내 카타르 국적자에게 48시간 이내에 떠나라고 지시했고,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 참전한 카타르군의 병력도 철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카타르 정부는 "아랍국가들의 외교관계 단절은 정당화할 수 없는 조치"라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실제로 종파와 혈통의 동질성과 산유국이라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같은 걸프 지역 국가가 단교까지 선언하며 갈등을 빚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초 이들 국가는 걸프 수니파 왕정 6개국은 1981년 걸프협력회의(GCC)를 결성해, 정치·외교·경제 정책에 대해 그 어느 지역 동맹보다 단단한 결속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 중동 지역에서 카타르 알타니 왕가의 독자적으로 ‘중립 외교노선’을 밟으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카타르의 행보를 두고 다른 여타 걸프 지역 국가들은 카타르가 이란과, 이슬람주의 정파 '무슬림형제단',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긴밀하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걸프국가는 2011년 이집트의 독재 정권 호스니 무바라크를 퇴출하는 시민 혁명을 주도했던 이슬람주의 정파 무슬림형제단이 정권 존립을 위협한다며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카타르만은 유독 이들을 감쌌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현 대통령이 2013년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면서 무슬림형제단의 일부가 카타르로 도피하자 이들을 사실상 보호하기도 했다.

이에 사우디 정부는 "이번 단호한 조치는 카타르 당국의 수년에 걸친 전반적 위반사항 탓"이라며 카타르의 독자 외교를 둘러싼 잠재했던 갈등이 폭발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단교 조치는 3년 전 자국 대사 소환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점에서 걸프의 결속을 해칠 수 있는 카타르의 독자 노선을 확실하게 제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번 단교 사태로 중동에서 벌이는 대테러전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엔 미 중부사령부의 전투기와 병력 1만명이 주둔하고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