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 10억 이상 '거액계좌' 규모 1년새 30조 급증
잔액 10억 이상 '거액계좌' 규모 1년새 30조 급증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6.0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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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찾지 못한 기업들이 은행에 자금 쌓아둔 영향
▲ (사진=연합뉴스, 기사내용과는 무관함)

지난해 잔액 10억원 이상 '거액 계좌'의 총예금 규모가 30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은행에 자금을 쌓아둔 영향이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등 저축성예금 잔액은 1061조340억원으로 1년 동안 5.2%(52조7250억원) 늘었다.

저축성예금은 개인이나 기업이 자산 증식 등을 위해 일정 기간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저축성예금을 예금 규모별로 보면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계좌의 총예금은 465조8730억원으로 작년 한 해 7%(30조3150억원) 늘었다.

증가율이 평균을 훨씬 웃돈다. 잔액이 1억원 이하인 계좌는 408조4660억원으로 1년 사이 3.1%(12조107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억원 초과∼5억원 이하인 계좌는 137조8160억원으로 6.4%(8조2390억원) 늘었고,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는 48조8790억원으로 4.4%(2조64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거액계좌'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은 기업 자금이 많이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수익성이 좋아진 기업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을 은행에 넣어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기업경영분석(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대상 2만여개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1%로 2010년(6.7%) 이후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여기에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시중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자산가들의 '뭉칫돈'도 거액 통장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런 추세가 올해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은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이 4.4%를 기록하는 등 기업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호조 등으로 기업 투자가 활발해지면 예금 증가세는 둔화할 공산이 크다.

올해 3월 말 예금은행의 총예금에서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367조5288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2%(15조9309억원) 줄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