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리연합 탈퇴… 中, '기후변화 대응 리더' 급부상하나
美 파리연합 탈퇴… 中, '기후변화 대응 리더' 급부상하나
  • 김다인 기자
  • 승인 2017.06.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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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프랑스 등 美 기후협정 이탈에 비난 봇물
中, 최근 저탄소 산업 지원 총력… '도약 준비'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취임한 이후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파리협정을 비롯한 갖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발을 빼며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반(反) 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패권경쟁 중인 중국은 이를 기회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합의에 선도적 위상을 파고들어 미국을 제치고 '기후변화 대응 리더'로 급부상 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협정은 미국에 '나쁜 협정'이다"면서 "오늘부터 미국은 파리협정의 전면적인 이행을 중단한다"고 직접 발표했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는 중국이 꾸며낸 것이라며 파리협정 파기를 주장해 온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임에도 불구,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국제사회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 세계 각국에서는 미국을 향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연대와 노력이 약화된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국제적인 협력의 주춧돌"이라면서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재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일축하며 미국과 행보를 같이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심각할 정도로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뉴질랜드 정부도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에 실망을 표시하면서 협정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거듭 천명했다.

아울러 지구 온난화 과정을 연구해온 과학자들도 미국의 결정을 비난하면서, 미국의 결정으로 탄소 배출을 억제할 동력이 줄어 자칫 지구를 보존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초조해 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시진핑 주석만은 미소를 짓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하면 국제사회 리더로서 미국의 지위가 약해지고, 대신 중국이 그 공백을 메워 급부상하는 길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때 기후변화의 악동이었던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으로 국제사회 리더로 도약할 태세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당초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로, 1998년 이전까지만해도 기후변화 전문 연구원이나 온실가스 감시와 통제를 위한 정부 부처조차 없을 만큼 기후변화 의식이 낮았다.

그러나 그해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패널(IPCC) 총회가 중국을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으로 분류하자 변화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저탄소 산업에 돈을 쏟아 부으면서 국제 기후협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칼럼니스트 클라이드 러셀은 이날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 리더십이 이제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위선이라고 타박을 받은 자유무역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중국이 실제로 선도적 역할을 할 능력이 있을지는 별개 문제로 추후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아일보] 김다인 기자 di516@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