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경험·지혜 빌려달라"… 潘 "국민 총의로 풀면 된다"
文대통령 "경험·지혜 빌려달라"… 潘 "국민 총의로 풀면 된다"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6.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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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 만남… 예정된 만남 시간 훌쩍 넘겨
"한미회담, 정중하면서 당당하게 임하는 게 좋다"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외교문제가 걱정이고 당면과제이니 반 전 총장께서 경험과 지혜를 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도 새 정부의 외교 정책 수립과 외교 현안해결에 많은 조언을 부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박수현 대변인이 춘추관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에 반 전 총장은 "외교도 국민 총의로 풀어가면 된다"며 "외교는 상대방이 있어 어려움이 많이 따르는데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 국가간 현안은 현안대로 풀고 또 다른 부분은 함께 풀어가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반 전 총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 사람은 이날 예정됐던 70분을 훌쩍 넘겨 1시간50분동안 간담회를 진행했다.

반 전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새 정부가 출발을 잘해서 국민 지지를 크게 받고 있다"며 "미국 조야에서도 높은 평가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 상황 등 힘든 여건에 처해있어 잠 못 이루시는 밤도 많겠지만 지금 국민의 지지도 높고 잘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만난 정부 인사들도 주로 오바마정부 인사들이기는 하지만 한국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취임 초부터 국민 지지를 높게 받고 있는 새 정부에 기대가 많더라"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이달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정중하면서도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좋다"며 "한·미동맹이 초석이란 인식을 가져야 하고 북핵에 대한 한·미간 공통분모를 잘 활용하는 게 좋겠다. 북핵 문제를 포괄적 단계적 근원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은 미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조언했다.

또 "북한 문제도 초기에는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북한에 원칙적 자세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NSC 상임위 성명을 보니 매우 적절한 수준이어서 잘 하셨단 생각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대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일도 중요한데 이는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접근과 평창동계올림픽 등이견이 적은 비정치적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언론과 인터뷰 잘 활용해 문 대통령 생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유엔 사무총장 재직 때 역점을 뒀던 지속가능한 개발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의 노후 화력발전소 '셧다운' 지시를 고맙게 생각한다"며 "유엔 차원의 지속발전가능이 한국의 지속가능발전으로 역할 하도록 대통령이나 총리가 이 분야를 종합 관장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많은 조언을 부탁한다'는 문 대통령의 요청에 "문 대통령님의 말씀이 있지 않아도 연설이나 세미나 등으로 이런 입장을 널리 전파하고 언제든지 대통령과 새 정부의 자문 요청에 기꺼이 응하겠다"고 화답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청와대 방명록에는 '모든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시면서 활기찬 새 시대를 열어가시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와 축하를 드린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위상을 드높이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큰 성과를 이룩하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사진=청와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