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고누락 靑 조사 전광석화… 한미·대야 관계 '우려'
사드 보고누락 靑 조사 전광석화… 한미·대야 관계 '우려'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6.01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靑, 한민구·김관진 조사… 정상회담 목전에 한미동맹 괜찮나
野 강력 반발 속 與 '청문회' 초강수 맞대응하지만 '속앓이'
▲ 지난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한 문 대통령(오른쪽)을 수행하는 한민구 국방장관(왼쪽)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모습.

사드 발사대 4기 비공개 반입 보고누락에 대한 청와대의 진상조사가 전광석화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동맹과 대야관계 급랭이 우려되고 있다.

◇ 靑, 전방위 조사 확대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지 하루 만인 지난달 31일 국방부가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조사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조사가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진상조사 자체는 국방부 보고 누락 문제가 원인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지속해서 사드배치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청와대가 사드 진상조사의 초점을 국방부 보고 누락에서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으로까지 확대하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멤버 전체가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격적인 사드 반입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던 황교안 전 총리도 조사 대상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 지난달 30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 야 "코미디" "안보 허술" 강력 반발

문 대통령이 조사 지시를 내린 이후부터 야권은 '외교 아마추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다음 주 당 차원의 진상규명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면서도, 국가 기밀이 새 나갈 우려가 있다며 청문회에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 청와대와 국방부의 진실 공방 자체가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취임 즉시 사드 등 외교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믿었지만, 실상은 문 대통령이 안보·외교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 수준임이 드러났다"고 맹비난했다.

바른정당도 보안이 유지돼야 할 군사 기밀 사항을 청와대가 국내 정치화하고 국방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소환 조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 여, 공세강화 하지만.. 대야관계에 '속앓이'

반면 여당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진실규명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번 파문을 '국기 문란'으로 지칭하고 사드 배치 시작 단계에서부터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온 절차적 흠결을 꼼꼼히 따지는 계기로 삼겠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당 사드대책특별위원회는 이번 파문을 '은폐보고'로 규정하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원내지도부는 최근 야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청문회 개최 요구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뚜렷한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자칫 일방적 드라이브를 걸었다가는 정국이 급랭 되고 여야가 극한 대치 구도로 맞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왼쪽)이 1일 오전 한미 정상회담과 사드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정상회담 목전인데.. 한미관계 영향 우려

'보고 누락'에 대한 조사라고 강조하는 청와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한미관계가 우려되는 등 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 점도 고려요소다.

특히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파문이 불거지면서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이번 파문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보이는 것 또한 한미관계에는 악형향을 끼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 경로를 통해서 미국 측에 이번 보고 누락 경위를 조사하게 된 배경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국내적 조치이고 한미동맹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상철 안보실 1차장도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방문해 똑같은 얘기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사드 보고누락 진상조사가 한미정상회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미국 내 목소리도 있을 것 같다'는 지적에는 "그런 소리는 못 들엇다"고 일축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