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전 갚지 못한 택시비 10배 기부… "마음에서 못 지운다"
35년전 갚지 못한 택시비 10배 기부… "마음에서 못 지운다"
  • 이중성 기자
  • 승인 2017.06.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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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거주 추정 60대 '양심 고백'… 범죄피해자 지원에 사용

▲ 남성이 60만원과 함께 돈을 보낸 사연을 쓴 편지. (사진=강릉경찰서 제공)
"문득문득 6만원을 벌려고 밤새 강릉에서 춘천까지 오셨던 최 씨라는 기사님을 마음에서 지울 수가 없다. 아니 지워지지 않는다"

35년 전 돈이 없어 내지 못 한 택시비를 10배로 돌려 갚은 한 남성이 있다.

1일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경찰서장 앞으로 이 같은 사연이 적힌 한 통의 편지와 5만원권 12장이 배달됐다.

보내는 사람에 '영월'만 쓰여 있어 영월에서 보냈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편지를 쓴 글쓴이는 "35년 전인 1982년 나는 학생이었다. 지금은 60이 되었고 그때는 아르바이트하며 춘천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며 운을 뗐다.

당시 그는 한 친구의 제안으로 글쓴이, 친구 두명, 모르는 아저씨 두명과 함께 총 다섯이서 강릉에 놀러갔다.

강릉에 도착해서 이들은 밥도 먹고, 구경도 하며 하루를 보냈다. 당시 여행비용은 아저씨들이 모두 계산했지만 글쓴이는 마음이 불편했고 자꾸 조바심이 났다.

결국 아저씨 한 명이 술에 취해 일어서지 못하자 이들은 아저씨들을 내버려둔 채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수중에 돈이 없었고, 낯선 곳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는 현실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에 글쓴이는 집에 가기위해 파출소에 갈 것을 제안했으나, 한 친구는 "내가 알아서 할게" 하고 택시를 세우더니 "춘천에 가면 돈이 있다"고 택시 기사를 설득해 춘천에 도착했다.

하지만 친구는 사실 돈을 빌릴 곳이 없었고, 춘천에 도착해서야 그 사실을 일행과 택시 기사 에게 털어놨다. 결국 택시 기사는 다음에 택시비를 받기로 하고 돌아갔다.

글쓴이는 사기를 친 친구 탓에 졸지에 6만원을 떼어먹은 공범이 돼 가슴에 미안하고 죄송한 맘을 묻고 세월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글쓴이가 아는 것이라곤 당시 택시 기사가 중년남성으로 '최 씨' 성을 가졌다는 것뿐이어서, 택시 기사를 찾을 수도 없었다.

이에 글쓴이는 죽기 전에 조금이나마 짐을 덜고 싶다며 좋은 일에 써주기를 부탁한다고 끝맺었다.

경찰은 보낸 사람을 수소문했으나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보내온 돈은 최근 폭행을 당해 봉합 수술을 하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나 가정형편이 여의치 못한 범죄피해자 한모(71·택시 기사)에게 긴급 치료비로 지원했다.

[신아일보] 강릉/이중성 기자 lee119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