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인선, 관료 출신 대거 임명… 조직 안정·장악 주력
차관 인선, 관료 출신 대거 임명… 조직 안정·장악 주력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5.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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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의원 출신 장관 인선과 달리 관료중심 인사
▲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차관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번 인사가 조직 안정과 조직 장악에 주력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현역 의원을 대거 내정한 것과는 달리 이번엔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발탁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부처 운영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우선 기획재정부 1차관에는 고형권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를 임명했다. 고 신임 차관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기획재정부로 출범한 이후 예산처 출신 관료로는 사실상 처음 1차관에 오르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옛 기획예산처 출신 중용 기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재부 전체 인사권을 쥔 1차관은 그동안 재경부 출신, 그중에서도 경제정책이나 금융정책 등을 경험한 이들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번에 고 차관이 임명된 것은 최근 기획예산처 출신 인사의 중용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문재인 정부 경제관료 인사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후문도 나온다.

다만 일자리 대책과 가계부채 문제, 구조조정 등 당면 현안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1차관 업무 특성상 예산처 출신의 임명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일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 차관이 ADB 현직 이사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충분히 역향을 펼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31일 기획재정부 1차관에 고형권 아시아개발은행 이사(왼쪽 부터), 교육부 차관에 박춘란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외교부 2차관에 조현 주 인도 대사, 통일부 차관에 천해성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 행정자치부 차관에 심보균 행자부 기획조정실장, 국토교통부 2차관에 맹성규 전 강원도 부지사가 각각 임명됐다.

조현 외교부 2차관은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과 UN차석대사를 지내는 등 외교부 내 대표적인 다자외교 전문가로 손꼽힌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관여하고 한·멕시코 FTA 협상 수석대표를 겸임하는 등 통상 분야에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외교통상부로의 정부조직개편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차관으로 임명된 박춘란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은 2007년 교육부(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국장 1호' 타이틀에 이어 차관 자리까지 거머쥐게 됐다.

이번 정부 들어서 파격적인 여성 인사가 또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면서 '내각 여성 30% 임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당선 후에는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여성을 파격적으로 발탁해왔다.

이번 박 차관 임명을 두고 여성 공무원이 비교적 많은 부처임에도 그간 보이지 않게 존재했던 '유리 천장'을 뚫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차관은 가냘픈 체구에도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고, 교육부 내에서 업무 부담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 대학정책 분야에서 수석과장을 맡아 '3불 정책' 등 굵직한 이슈를 다루며 강단을 보였다는 호평을 받는 인물이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박 차관의 뛰어난 조직 장악력과 혁신적인 사고방식이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신뢰도가 떨어진 교육부의 신뢰를 되찾는데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심보균 신임 행정자치부 차관은 치밀한 일 처리로 정평이 난 행정 전문가로 꼽힌다. 인사와 기획, 지방행정 등 행자부의 주요 업무 분야를 두루 거쳐 전반적인 업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고서를 살필 때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 꼼꼼한 일 처리로 유명해 행자부의 대표적인 '워커홀릭'으로 꼽히기도 한다.

통일부 차관으로 임명된 천해성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은 통일부 최고의 정책통으로 꼽힌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2006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 정책담당관으로 근무했고, 통일부로 돌아와서는 회담기획부장으로 일하면서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다수의 남북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에 따라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중책을 맡기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맹성규 국토부 차관은 대중교통, 항공, 철도 등 교통물류 분야에 두루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충실히 보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