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발사대 반입 보고' 둘러싼 靑-국방부 진실공방
'사드발사대 반입 보고' 둘러싼 靑-국방부 진실공방
  • 박영훈 기자
  • 승인 2017.05.3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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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위 보고 누락은 사실… '안보실 보고 여부'는 주장 엇갈려
軍 인사 개편에 영향 가능성… 31일 국정위 업무보고 공방 예고
▲ 사진은 지난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한 문 대통령(오른쪽)을 수행하는 한민구 국방장관(왼쪽)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 반입 보고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국방부가 완전히 배치되는 주장을 내놓으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사대가 비밀리에 반입된 것이 '충격적'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국방부는 청와대에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고 맞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사드 발사대가 기존에 알려진 2기 외에도 4기가 추가 반입된 것과 관련해 반입 경위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조사할 것을 조국 민정수석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지시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정 안보실장으로부터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돼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는 "매우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하루 뒤인 이날 문 대통령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4기의 발사대가 이미 국내에 반입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어떤 경위로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인지, 반입은 누가 결정한 것인지,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 정부에도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윤 수석은 특히 "국방부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내에 발사대 4기가 추가 보관돼 있다는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보고누락을 문제삼았다.

이수훈 국정기획위 외교·안보 분과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25일 보고를 받을 때 사드 발사대 2기 등이 도착했다는 내용이 전부였다"며 "4기가 더 들어와 있다는 것은 보고 누락을 한 것이 맞다"고 했다.

▲ 지난 25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수훈 외교안보 분과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국정자문위에 25일 보고할 때는 비문(秘文ㆍ사드의 운영 방식등 국방부가 공식 공개한 것 이외)성 내용을 빼서 보고했으나, 업무보고 다음날인 26일 정책실장이 정의용 실장에게 별도로 대면보고를 했다"며 청와대가 뒤늦게 문제 삼아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또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25일) 때는 주로 공약 이행 방안을 보고하는 자리니까 보고가 안 됐을 수도 있다"며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 업무보고 때는 보고가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다음 날인 26일 정 실장에게 보고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다시 맞받아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2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두 명의 안보실 차장에게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보고를 한 바는 있다"며 "보고 내용에 사드 4기에 대한 추가배치 얘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이 180도 엇갈리는 진실게임 양상마저 불거지면서 이번 사태의 파장은 예측불허에 빠졌다.

일단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드 배치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해왔던 만큼, 이번 국정기획자문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같은 보고가 누락되자 작심하고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기 대선과 정권교체를 틈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막중한 안보현안이 비밀리에 처리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인 셈이다.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에서 북핵문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히는 사드배치 문제와 관련해 정확한 보고가 없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으로 풀이된다.

▲ 30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서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다만, 국방부가 국정기획위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군사 기밀인 사드 발사대의 추가 반입을 중·장기 국정계획을 수립하는 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사태의 또 다른 축인 국정기획위 측도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사드 배치 관련 핵심 사안인 장비 반입 현황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정기획위 측은 이 문제를 언론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상황을 보다 꼼꼼하게 점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국정기획위에 대한 보고누락으로 귀결되는 듯한 이번 사건은 결국 국방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간의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어 진실공방에 따른 진위 여부가 정확히 가려지면 후폭풍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아직 지명되지 않은 시점에 문 대통령이 군을 향해 '사드 배치 진상 조사'라는 칼을 빼 들어, 국방부 장관 인선 이후 대대적인 군 인사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태가 청와대와 일선 부처간 진실 공방 양상으로 흐르자 국방부는 말을 아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안보실장에게 국방부가 보고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재반박이 있은 후 "조사가 진행되는 사안이라 언급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31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정기획위가 예정에 없던 국방부 업무보고 일정을 추가해 국방부에 사드와 관련한 집중 질의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아일보] 박영훈 기자 yhpark@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