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착한 경제’는 상생으로 실현된다
[데스크 칼럼] ‘착한 경제’는 상생으로 실현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5.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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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오 경제부장

 
모 금융그룹이 ‘착한금융’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놓았을 때 좀 어색했다. 자본주의의 꽃인 금융이 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자본주의는 착하다는 표현보다 합리적, 효율적이라는 생각이었다. ‘착한 자본’을 얘기하는 케인지언들도 있지만 그저 실생활과 동떨어진 ‘이상’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착한’ 바람이 불고 있다. ‘착한 금융’에서 ‘착한 투자’, ‘착한 기업’ 등 낯선 개념들이 화제다. 아직은 생경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이고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금자산을 운용할 때는 투자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문화 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사회책임투자(SRI)의 일환이다. 기금을 기업에 투자를 할 때, 기업의 재무적 지표뿐만이 아니라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성과까지 고려하겠다는 의지다.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벌써 이뤄진 것일까?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의사 결정 참여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첫 번째 펀드가 최근 등장했다. 국민연금은 이 제도 도입을 위해 용역을 발주했고 참여시기를 저울질하는 투자기관만 20여 곳이 넘는다는 소식이다.

신한금융지주는 ESG평가를 기업여신 의사결정 및 투자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를 연내 도입키로 했다고 한다. 제도가 시행되면 사회적 책임경영 여부에 따라 기업들은 여신에 제한을 받거나 우대 혜택이 주어질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경제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전체 운용자산 대비 ESG 투자 비중이 1% 수준이다. 유럽이 60%, 미국이 3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변화의 속도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연기금 운용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착한 금융’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토대도 마련됐다. 지난 23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뜻을 함께하는 사회인사 20여 명은 ‘임팩트 금융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임팩트 금융은 민간 자본을 유치해 복지·고용 등 사회문제 해결에 투자를 유도하는 사업이다.

올해 정부 예산 400조 원 중 130조 원이 보건, 복지, 고용 관련 예산이지만 이 재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의 폭 넓은 투자와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700억 원 규모의 출연 및 기부 재원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기업 등 몇몇 곳에서 긍정적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자금을 토대로 지주회사 격인 ‘한국임팩트금융(IFK·Impact Finance Korea)’이 연내 공식 출범하면 펀드를 조성해 일반투자자를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연기금 운용에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민간에서는 자발적으로 예산이 부족한 보건, 복지사업에 투자를 유치하면서 좀 더 살만한 세상으로 바뀌길 바란다.

이런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서는 ‘착한 기업’이 꼭 필요하다. 이윤을 많이 남기고 높은 배당을 주는 기업도 좋지만 보다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으로 새로워지기를 기대한다. 그저 기부금이나 내고 사회공헌을 표방하기보다는 중소기업과의 상생방안을 찾고 근로자와 소비자가 모두 인정하는 기업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한상오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