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용산공원 긴 호흡으로 온전히 조성하자
[기고칼럼] 용산공원 긴 호흡으로 온전히 조성하자
  • 신아일보
  • 승인 2017.05.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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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용산미군기지가 공원으로 조성된다. 모두가 기뻐할 일이다.

아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용산미군기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니 반가운 일이고 개발이 아니라 공원으로 조성된다니 기뻐할 일이다.

그동안 용산공원 조성 예정부지는 고려와 조선시대 몽고와 청 등의 침략거점이자 일제 강점기 대륙침략의 병참기지, 해방이후 지금까지는 미군기지로 사용돼 왔다.

서울의 한 복판에 있지만 우리 국민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100여 년 동안 단 한번도 우리의 땅이라 볼 수 없었던 용산미군기지가 2003년 한미 양국 간 미군기지 이전을 합의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기뻐할 수만은 없다. 온전히 반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산공원 조성 예정부지에 미대사관이 새롭게 들어오고 드래곤힐 호텔과 헬기장, 출입방호부지, 국방부 부지 등 중앙정부와 미군시설이 그대로 잔류하면서 당초 용산미군기지 면적의 68%정도만 반환받게 된다.

심지어 한미연합사까지 잔류하면 사실상 반환이라고 보기 어려울 지경에 이른다. 일각에서 누더기 공원이 될 것이다,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으로 허탈한 일이다.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용산공원의 미래는 없다.

역사의 상흔을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온전한 반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공원조성에 앞서 기지 내 오염원을 제대로 조사하고 치유해야 한다. 100여년동안 접근이 불가능했던 만큼 오염현황에 대한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선행되고 치유하는 과정을 거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새 정부가 잘해줄거라 믿는다. 국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그 힘을 믿고 긴 호흡으로 함께 만들어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국토부가 ‘용산공원종합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용산공원 내에 7개 기관 8개 콘텐츠를 선정하면서 부처간 땅 나눠 먹기라는 비판을 받더니 결국 철회했었다.

또, 당초 2019년부터 3단계로 나눠 2027년까지 공원조성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도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 모두가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일방적인 추진 때문이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다시 가자.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공원조성 부지 내 오염원에 대한 조사도 턱없이 부족하고, 잔류부지 반환을 위한 해결도 필요하고, 한미연합사 등 이전시기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원의 성격을 정해 오류를 범할 필요가 없다.

100여년이라는 단절된 시간을 불과 몇 달, 몇 년 사이에 온전히 회복할 수는 없다.

공원조성에 앞서 충분이 이용도 해 보면서 국가공원의 가치를 고민하고 만들어 가자.

분명한 것은 언제나 공원이용의 주체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국가공원 설계의 주체가 될 때 용산공원은 비로소 온전히 반환되고 지속가능한 관리도 가능할 것이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