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미군기지가 공원으로 조성된다. 모두가 기뻐할 일이다.
아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용산미군기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니 반가운 일이고 개발이 아니라 공원으로 조성된다니 기뻐할 일이다.
그동안 용산공원 조성 예정부지는 고려와 조선시대 몽고와 청 등의 침략거점이자 일제 강점기 대륙침략의 병참기지, 해방이후 지금까지는 미군기지로 사용돼 왔다.
서울의 한 복판에 있지만 우리 국민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100여 년 동안 단 한번도 우리의 땅이라 볼 수 없었던 용산미군기지가 2003년 한미 양국 간 미군기지 이전을 합의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기뻐할 수만은 없다. 온전히 반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산공원 조성 예정부지에 미대사관이 새롭게 들어오고 드래곤힐 호텔과 헬기장, 출입방호부지, 국방부 부지 등 중앙정부와 미군시설이 그대로 잔류하면서 당초 용산미군기지 면적의 68%정도만 반환받게 된다.
심지어 한미연합사까지 잔류하면 사실상 반환이라고 보기 어려울 지경에 이른다. 일각에서 누더기 공원이 될 것이다,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으로 허탈한 일이다.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용산공원의 미래는 없다.
역사의 상흔을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온전한 반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공원조성에 앞서 기지 내 오염원을 제대로 조사하고 치유해야 한다. 100여년동안 접근이 불가능했던 만큼 오염현황에 대한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가 선행되고 치유하는 과정을 거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새 정부가 잘해줄거라 믿는다. 국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그 힘을 믿고 긴 호흡으로 함께 만들어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국토부가 ‘용산공원종합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용산공원 내에 7개 기관 8개 콘텐츠를 선정하면서 부처간 땅 나눠 먹기라는 비판을 받더니 결국 철회했었다.
또, 당초 2019년부터 3단계로 나눠 2027년까지 공원조성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도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 모두가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일방적인 추진 때문이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다시 가자.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공원조성 부지 내 오염원에 대한 조사도 턱없이 부족하고, 잔류부지 반환을 위한 해결도 필요하고, 한미연합사 등 이전시기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원의 성격을 정해 오류를 범할 필요가 없다.
100여년이라는 단절된 시간을 불과 몇 달, 몇 년 사이에 온전히 회복할 수는 없다.
공원조성에 앞서 충분이 이용도 해 보면서 국가공원의 가치를 고민하고 만들어 가자.
분명한 것은 언제나 공원이용의 주체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국가공원 설계의 주체가 될 때 용산공원은 비로소 온전히 반환되고 지속가능한 관리도 가능할 것이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