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문회 기준 정권 따라 다를 수 없다
[사설] 청문회 기준 정권 따라 다를 수 없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5.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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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 여부를 놓고 여야간 공방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내각을 채울 주요 인사들에 대한 국회 검증이 이번 주 계속될 것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청문회는 29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각각 6월 2일과 7일 예정돼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역시 내달 초로 전망되고 있다.

이 총리 후보자가 부인의 위장전입을 시인한 후 지난 26일 청와대는 국민과 국회의 양해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야 간 강대강 대치 전선이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고위공직자 임명 배제 기준인 ‘5대 비리’ 가운데 위장전입 문제가 계속 불거진 만큼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임종석 비서실장은 “저희가 내놓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넘어가긴 어려웠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는 5대 인사원칙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총리 후보자는 부인이 서울 강남에서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위장 전입한 사실을 시인했다.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은 청와대가 먼저 공개하고 양해를 구했다.

여기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2차례 위장 전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새 정부 인사에서 벌써 3명의 위장전입자가 나온 셈이다.

임 실장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르듯 관련 사실을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 같은 부도덕한 위장 전입이 아니면 봐줘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 사회적 상실감보다 크다고 볼 경우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청와대 설명은 자신들의 판단이 옳다 전제가 갈린 것으로 이중 잣대가 아닐 수 없다.

공직을 맡을 사람으로서의 위장전입은 가볍지 않은 흠결이다. 청와대의 입장표명이 옹색하고 설득력도 약한 게 사실이다.

긴 국정 공백 끝에 출범한 새 정부 입장에서 내각 구성을 하루라도 서둘러야 하는 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인수위도 없이 짧은 시간에 고위공직 후보자를 충분히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에게 엄격하고도 높은 도덕적 자질을 요구하는 게 국민적 정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런 만큼 새 내각은 이런 잡음 없는 인사로 구성되어 공직자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

청와대는 이번에 거론 되는 인사들이 꼭 필요하다면 청와대는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더하고, 야당은 역지사지의 유연한 접근으로 협치 모델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여야가 고무줄 잣대처럼 상반된 기준을 들이댈 게 아니다.

차제에 미국처럼 공직 후보자 개인의 신상이나 도덕성 문제는 비공개로 철저히 따지고 업무수행 능력과 정책 역량에 대한 검증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방식 도입 등 청문회 제도 개선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